원·달러 환율 연고점 근접…금리 인상 압박받는 한은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중국 부동산 및 실물경제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동력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음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반년 가까이 기준금리를 3.50%로 묶어둔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시장 위기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110조원대 투자금을 굴리는 중국 최대 신탁 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이 지난달 하순 이후 상품 10가지 이상 지급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중룽국제신탁의 올해 만기 고수익 상품 규모는 약 7조2000억원(395억위안·27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과 위안양(遠洋) 등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 채권의 이자 약 300억원(2250만달러)을 내지 못했다. 회사는 협력업체 수가 3만3000곳에 달하는데다, 2021년 말 디폴트 선언한 중국기업 ‘헝다’보다 4배 많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위안양은 13일 만기였던 이자 약 280억원(2094만달러)를 지불하지 못했다. 회사가 국유기업인 만큼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위기감이 번지는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중국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에 부동산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중국 부동산 시장 전망 및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부동산 관련 업종 비중이 25%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가계자산의 59%, 대출의 20%가 부동산과 관련됐다.
지난해 말 세종연구소의 ‘중국 부동산 위기와 가시화되는 중국경제’ 자료에서는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의 비중은 절대적이다”며 “단순 부동산 매매, 설계 및 시공을 포함한 건축, 철강 등과 같은 건축 자재와 가전, 인테리어 등 모든 관련 산업을 합한 부동산 규모는 중국 GDP의 무려 3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지표는 시들하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2.5%로 시장 예상치(4.5%)를 밑돌았다. 산업생산도 3.7% 상승해 시장 예상치(4.6%)에 못 미쳤다. 지난 5월부터 환율 방어선인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도 깨졌다. 지난 16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9위안 선에서 오락가락 했다. 약 16년 만에 최고 수준(2008년 1월 18일 7.3015위안)이다.
중국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5일부터 이틀에 걸쳐 약 165조원(9020억위안)을 투입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중국의 포스트 팬데믹 경제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기적 문제를 과장해왔다”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중국 경제를 여전히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4.8%로 낮잡았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신탁 상품의 잇따른 디폴트는 ‘부의 효과(자산가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를 통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위기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출과 내수 둔화 등 겹겹이 쌓인 악재도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째 감소세다.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하는 한은은 사면초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43원까지 올라 연고점을 터치했다. 코스피는 어제보다 0.5% 내린 2512.92, 코스닥은 0.36% 떨어진 875.15로 개장하는 등 증시도 내림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