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대목’ 7~8월 휴가철에도…예년 방문객 수의 반 토막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수산시장이 한창 바쁠 7~8월 휴가철, 올해는 예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결정한 후, 눈에 띄게 손님들의 발길이 줄었다. 이곳에서 12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상인 A씨(남, 52세)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을 때보다 올해가 더 업황이 좋지 않다”며 “한 해 중 수산시장이 가장 붐비는 때는 여름 휴가철, 가을 꽃게 제철 때이지만 올해는 객수가 예년의 3분의 1정도로 대폭 줄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오염처리수를 방류한 당일, 노량진수산시장은 간만에 활기를 띄었다. 방류 당일까진 관련 이슈로부터 비교적 안전할 것이란 믿음에 ‘마지막 수산시장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내산입니다. 안전한 순도 100% 국내산을 보장합니다.”
오랜만에 붐비는 인파를 잡기위한 상인들의 외침이다.
상인 A씨는 광어와 도미를 주로 취급해왔지만 올해부터 광어만을 메인으로 수급해 팔고 있다. 도미는 일본산이 절대적으로 많은데, 최근 일본산 어종들은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A씨 가게의 수조엔 일본산 도미 한 마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둠회를 주문한 손님은 수조 앞에 붙은 원산지 표시판을 보고 “도미는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소비자 B씨(여, 46세)는 “수산시장은 다양한 어종을 저렴한 값에 구매할 수 있어 즐겨 찾았지만, 앞으로도 자주 올진 모르겠다”며 “방류한 후 며칠 동안은 안전할 것이란 생각에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방문했지만, 괜한 불안감에 아이에겐 먹이고 싶지 않아 어머니를 모시고 둘이서만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C씨(51세, 여)는 “유명 대형마트들은 방사능 검사 체계를 도입할 자본과 여력이 있고, 실제로 최근 안심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지하고 있지만, 수산시장의 경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24~26일 노량진수산시장 2층 상차림식당은 식자재 부족으로 애를 먹었다. 올 초부터 객수가 줄며, 예년의 3분의 1 수준의 방문객과 매출을 보이는 탓에 재료 비축분을 대폭 줄인 탓이다.
1층에서 떠온 회를 제외하고, 밑반찬은 물론 매운탕 재료, 추가 사리, 공깃밥 등 급작스레 불어난 손님을 대응할 거의 모든 식재료가 부족했다. 매운탕을 주문한 사람들은 기본 30분에서 1시간 이상 기다려야만 했다. 라면, 칼국수, 수제비 등이 모두 소진된 탓에 늦은 시간 방문한 고객들은 매운탕에 사리추가가 불가능했다. 오랜 기다림 끝 결국 추가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손님들 사이에선 불만 섞인 고성이 오고가기도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2층 상차림식당 점주는 “오늘 예상보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비축해둔 매운탕 재료와 공깃밥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지난 25~26일 찾은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안면도수산시장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휴가객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만큼, 금요일과 주말은 한 주의 대목이다. 하지만 올 여름은 오랜 단골들의 전화 주문을 제외하곤 손님이 한 명도 없어 가게 불을 아예 꺼놓는 날이 허다하다.
정년퇴직 후 2014년부터 안면도수산시장에 둥지를 틀었단 D씨(여, 62세)는 “수산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수조를 적어도 5~6개는 유지해야하는데, 전기세만 한 달에 100만원이 넘게 든다”며 “올 초부터 손님이 많이 줄어, 여름 휴가철만 기다렸는데 대목인 지난 7월부터 지난 15일쯤까지 방문객이 예년의 반만큼도 안와 참담한 심정”이라고 한탄했다.
실제로 안면도수산시장은 한창 때일 주말에도 영업을 하는 중인지 헷갈릴 만큼 불을 꺼둔 가게가 대부분이었고,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