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文 정부 퍼주기 바로잡으려는 의지"
野 "곳간 거덜나는데···채우려는 노력 없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정부가 '긴축 재정' 기조를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가운데, 여야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를 바로잡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의지라고 호평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무능, 무책임, 복지부동이 반영된 예산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난 규모의 예산 편성을 의결했다.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최소 증가 폭이다. 이는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4.9%)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방만한 재정 운영을 바로잡고, 미래세대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예산안"이라며 "국회도 힘을 보태야 한다"고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의결된 예산안 규모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권 5년간 '묻지마 퍼주기식' 예산으로 인한 폐해를 바로잡고, 건전재정을 위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5년 사이 국가채무는 400조 원 가까이 증가했지만, '재정만능주의'라는 땜질식 처방은 오히려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고 이 빚은 미래세대에서 전가됐다"며 "윤석열 정부는 총선을 앞둔 시기에도 불구하고, 미래세대를 갉아먹는 재정 포퓰리즘은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미래세대를 위한 건전재정'과 '민생예산'이라는 목표를 두고 예산안 심사에 임할 것"이라며 "민주당 역시 총선을 위한 포퓰리즘 예산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예산심사에 뜻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수입 축소와 재정준칙 미이행 등을 꼬집으며 정부의 무능이 예산안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위원회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에서 수입이 감소해서 나라곳간은 거덜나고 있는데 정부가 재정곳간을 채우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워 정부의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위기가 왔었던 2020~2022년 뿐만 아니라 최근 10년간 총수입이 감소한 경우는 없었다"며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상초유로 전년보다 총수입이 줄어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내년 경상성장률을 4.9%로 전망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음에도 올해 세수와 내년 세수가 크게 감소하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대규모 감세기조에 따라 세입기반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대통령은 건전재정과 재정준칙을 강조하였고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60%이하일 때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스스로 약속한 재정준칙도 못 지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민주당은 정부가 국회에 2024년 예산안을 제출하는 대로 사업별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실상을 국민께 소상히 밝힐 예정"이라며 "그리고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복지부동이 드러난 예산안을 국가가 국민을 책임지고 희망을 드리는 예산안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예산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예산안이 내달 초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된다.
여야가 예산안에 대해 벌써부터 상반된 평가를 내놓으면서 올해 예산안 협상도 진통을 겪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예산안 협상은 여야의 강대강 대치 끝에 법정기한인 12월 2일을 넘겼고, 가까스로 22일 합의돼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