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企 성공이 곧 대기업의 동력”… 美·歐·日 사례 살펴보니
상태바
[기획] “中企 성공이 곧 대기업의 동력”… 美·歐·日 사례 살펴보니
  • 이용 기자
  • 승인 2023.09.05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대기업 근무자 월 소득, 중소기업 2배
美·歐·日 대기업, 중소기업을 '파트너'로 인식
세계 굴지의 게임사인 일본의 '프롬 소프트웨어' 사무실. 원래 농업 소프트웨어 제조사였으나 경기 불황 당시 하청 개발요청이 줄면서 게임 개발사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사진=프롬 소프트웨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주요 선진국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동반 성장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생 경영 구현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국내보다 낮아지고 경영 환경 또한 안정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근로자의 월 소득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약 2배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300인 미만 종사자 사업체의 지난해 평균 월 임금은 346만2000원, 300인 이상 종사자 사업체는 592만2000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소기업 직원은 대기업 직원의 58.4% 수준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하는 셈이다. 2018년 해당 비율은 56.9%로, 4년 동안 격차가 꾸준히 벌어져 왔다.

정부 및 업계는 연공형 임금체계와 무임금 체계, 포괄임금제 오남용, 국내 대기업의 높은 인금인상률이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02~2018년 국내외 기업의 임금 인상을 조사한 결과, 이 기간 동안 임금이 120.7%(228만4천원→504만2천원)까지 인상된 것으로 확인했다. 정작 국내에서 ‘근로자의 천국’으로 알려진 EU의 대기업 임금의 인상률은 2593유로에서 3562유로로 올라 37.3% 수준이었고, 일본은 483.8천엔에서 459.0천엔으로 줄어 오히려 5.1% 감소했다.

과도한 인건비 상승 또한 정작 중기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중소기업의 임금인상률(2002~2018) 역시 국내는 87.6%를 기록해 EU(39.1%)와 일본(0.8%)에 비해 높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4~5월 중소기업 618개사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경영·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도 ‘최저임금 인상’(55.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사실 이는 국내 경제 성장이 대기업 성장이 중심이 되고, 이 과정에서 하도급(중소기업)이 낙수를 노릴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경제의 빠른 경제 성장에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재벌로 성장한 대기업들이 중심에 있다. 실제 대기업들은 국내 핵심부품, 소재, 유통망, 핵심기술 등을 모두 갖고 있는 상태로, 여기서 중소기업은 보통 부품 생산이나 품질 검수에 협력하는 하도급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최근 중국, 대만의 급성장과 체질 개선에 성공한 일본 기업들이 재등장하며 대기업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그동안 대기업에 의존하며 성장이 정체돼왔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부진에 따라 함께 저성장 일로를 걷게 된 것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 중소기업의 경우, 단순히 대기업의 하도급이 아닌 핵심 기술을 담당하는 수준에 이른다. 실제 미국의 경우 크라이슬러·인텔 등 글로벌 기업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위수탁관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로 정립된 상태다. 지속적인 투자와 성과 공유를 진행하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갖췄다. 일례로 애플 '아이폰'의 경우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파트너사의 부품에 의존하는 만큼, 관련 파트너사가 없다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실정이다.

독일의 경우 대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 장기적으로 유익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하에 중소기업 협동조합, 컨소시업 구성으로 대기업과 경쟁, 협력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재벌 중심으로 성장했던 일본은 버블경제 이후 피라미드형 위수탁 관계가 무너진 이후 마련된 공정거래법의 철저한 준수로 대중소기업 상생 경영 문화를 확산하는 중이다.

특히 일본은 기업간 장기거래를 유지하는 특유의 기업문화와 계열 시스템을 갖고 있어 ‘동반자’의 개념이 더 강한 편이다. 90년대부터 일본 출판사 및 게임사와 오랫동안 거래해 온 대원씨아이의 관계자는 “일본 기업은 한번 거래를 튼 기업과는 웬만하면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다”며 “파트너사가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어 버리는 리스크가 없는 만큼, 관계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경영 상태를 바탕으로 신규 사업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A제약사 관계자는 “2000년대 분업주의 열풍 당시, 일본 대기업의 부진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의 일거리가 줄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오랜 파트너사로 일하며 역량을 축적해 왔던 기업들은 새 사업을 추진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세계적 게임회사로 인정받는 ‘프롬 소프트웨어’는 농업용, 사무용 회계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일본 경제 불황으로 하청 개발요청이 줄면서 게임 개발사로 탈바꿈, 세계 굴지의 게임사로 성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