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치중…'민생 행보' 목적과 동떨어져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7일 여야가 각자 지역 민심을 챙기겠다며 부산과 제주로 향했지만, 상대 진영 비판에 골몰하며 당초 목적했던 취지와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민의힘은 최고위에서 다음 달 있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통과시키며 부산에서 수도권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놓는 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강조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 비판에 더욱 방점을 찍었다.
김 대표는 "국민의 엄정한 심판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윤석열 정부 들어 많은 분야에서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반면) 민주당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국민 선택을 부정하며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6일 설훈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직권남용) 증거가 넘치고 넘친다"며 "탄핵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설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당내 위기를 돌파하고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내란선동'의 작태"라고 비유했다.
또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보도한 건에 관해서는 "'정경검언' 4자 유착에 의한 국민주권 찬탈 시도이자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로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고 강조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뉴스타파 전문위원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김만배 씨로부터 녹취록을 보도하는 조건으로 1억 65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뉴스타파는 제20대 대선일 직전인 지난해 3월 6일 신학림-김만배 인터뷰를 보도했으며, 여당은 현재 이를 '대선공작'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관위 구성을 완료하기도 했다. 공관위는 이철규 당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삼고, 위원으론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과 배현진 조직부총장, 송상헌 홍보본부장, 강민국 수석대변인, 김선동 서울시당 위원장을 선정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조국 전 장관이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도 김태우 전 구청장에 유죄가 나온 건 김명수 대법원의 편향된 재판 결과"라며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가 당 귀책 사유로 보궐 발생 시 무공천을 규정한 당헌·당규에 위반되는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의 이날 행보는 현장에서 "굳이 부산에서 이야기 할 필요가 있었냐"는 반응을 샀다는 후문이다. 당초 부산 최고위는 이재명 대표가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는 등 야당이 정치 투쟁에만 매달리는 것을 비판하며 민생 행보로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는데, 똑같은 '대야 투쟁'으로 의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같은 날 대표적 민주당 우세 지역인 제주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며 '텃밭 다지기'에 나섰으나, 역시 여당 비판을 빼놓지는 못했다. 이날 예산정책협의회는 제주지역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와 함께 행정체제 개편 등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역 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며 열렸다.
우선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민의 삶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민생 사업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예산 긴축 기조를 비판했다.
이어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와 관련해 "제주 수산업의 피해가 4000억 이상으로 현재 추산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해양 투기를 중단시키는 것이 우리 당의 목표고, 그것이 제주도민들의 삶을 지키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당이 계속해 오염수 문제에 집중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