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이구 국방장관과 회담…"북러 군사협력 강화 논의"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크네비치 군용 비행장을 찾아 전략폭격기 등을 비롯해 러시아 공군의 군용 비행기를 시찰했다. 이날 양측은 두 국가 간 친선과 협조를 심화시켜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북러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역사에 친선 단결과 협조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는 시기에 김정은 동지를 맞이하는 블라디보스토크시는 열렬하고도 뜨거운 환영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에는 리병철 노동당 비서와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강순남 국방상, 김광혁 공군사령관, 김명식 해군사령관 등 북한군 지도부도 동행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군 지도부가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 첫 일정으로 크네비치 군 비행장으로 이동해 각종 전략폭격기와 다목적 전투기를 비롯해 러시아 공군의 현대적인 군용 비행기를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서 군용 항공기의 전술적, 기술적 제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항공무장장비를 살펴봤다.
군용 비행장에서는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전시된 군용 비행기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는 전시된 군용 비행기들을 돌아보며 전술 기술적 제원들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며 "전투적 성능과 탑재된 항공무장장비들에 대해 료해(이해)하고 러시아군 지휘부와 담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곳에서 김 위원장에게 미그(Mig)-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kh-47) 미사일 시스템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킨잘은 2018년 3월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할 때 소개한 최신 전략무기 중 하나로 음속의 5배인 마하5(시속 약 6120킬로미터(km)) 이상의 속도를 비행한다. 킨잘의 최고 속력은 마하10으로 알려졌다.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킨잘의 전투 능력과 기술적 특성 등을 보고받았으며, 러시아 국방부는 김 위원장이 킨잘 미사일을 직접 만져보는 사진을 배포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전략 폭격기 3대도 관찰했다. 킨잘과 전략폭격기는 모두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됐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전략핵잠수함과 수상함, 항공대 등 최신 장비를 갖춘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도 방문했다. 마셜 샤포시니코프 대잠호위함에 탑승해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으로부터 함정의 해상 작전 능력과 주요 무장 장비, 전투 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을 들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가 태평양함대 장병들이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며 "방문록에 '정의와 평화를 지켜낸 승리의 항적은 영원할 것이다. 태평양함대에 경의를'이라는 친필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어진 오찬에서는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의 태평양함대 방문을 환영하며 두 나라 국방 당국의 친선과 협조를 더욱 심화시켜나갈 의지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이 끝난 뒤 쇼이구 장관과 회담에서 쇼이구 국방상과 다시 만나게 된 기쁨을 피력하면서 "국가의 자주적 권리와 발전, 이익을 믿음직하게 수호해 가고 있는 러시아 무력의 발전상과 현대성, 영용성을 높이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은 지역 정세에 대한 견해들을 공유하고 북러 양국 무력과 국방 안전 분야에서의 전략, 전술적 협동과 협조, 상호 교류를 더욱 강화하는 것에 대한 실무적 문제와 관련한 건설적인 의견을 나눴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과 함께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관람하기도 했다. 북한 측에서는 최선희 외무상, 노동당 중앙위 오수용·박태성 비서 등 수행 간부들이, 러시아 측에서는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의 해당 공연 관람을 위해 극장 정문 보안 조치가 강화됐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17일에는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관광과 스포츠, 문화 등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 연해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북측과 관광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 6월에는 북중러 3개 국가 생산품을 한 곳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공업 단지 조성 계획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