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표결 예정이었지만···국회 상황 고려 25일로 연기 논의
야당 중심 부적격 기류···부결 시 35년 만에 낙마 사태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21일 본회의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이 연기됐다. 사법부 수장 임명 여부에 여야 모두 숙고가 필요하고, 국회가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안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등으로 혼란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야당에선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기류가 팽배해 임명 무산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 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전체 회의를 연 지 5분 만이었다. 이로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 오를 전망이었다.
그런데 기류가 급변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나온 국민의힘 윤재옥·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날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절차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밝히며, 25일 처리하는 것을 협의 중에 있다고 알려왔다.
연기 이유를 묻자, 윤 원내대표는 "시간상의 문제라기보단, 오늘 본회의 상황이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대법원장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각 당이 좀 더 의견과 여론을 수렴할 필요도 있다"며 "사법부의 수장을 임명하는 문제를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의 말처럼,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한 총리의 해임건의안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다룬다. 여야의 극한 대치는 물론 표결 결과에 상관없이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표결이 연기됐지만 정치권에선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원내 168석을 가진 민주당이 청문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을 병기한 것을 넘어 실질적인 이 후보자 임명 동의 부결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대법원장 임명 동에는 국회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실제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거론하며 "국민들이 대법원장 후보의 적격성에 대해서 충분히 판단하셨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표결을 통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가부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조금 이르다. 이 문제는 의원총회에서 논의할 문제"라면서도 "(이 후보자의) 소양과 가치관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었다. 예상컨대 우리 당의 의견은 아마 (임명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다면 35년 만에 처음으로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만일 25일 표결에서 임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4일로 종료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를 고려할 때 사법부 수장 자리 장기 공석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를 받지 못해 낙마한 사태는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명한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의 경우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