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심사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올해 들어 제기된 보험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지난해보다 1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지난해 37건에서 올 1~8월 428건으로 11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신청 건수가 2020년 12건, 2021년 54건, 2022년 37건 등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지급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한 것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은 보험사들이 지난해 4세대 실손보험 출시와 함께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새로운 심사기준 등을 마련하면서 소비자 민원이 다시 늘었다고 설명했다.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분류되는 실손보험은 1세대에는 100% 의료비를 보장했던 반면 세대가 올라가면서 보험사들이 적자를 막고자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보험료를 낮춘 방식의 4세대(21.7월부터 판매) 실손보험이 등장했다.
특히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피해를 구제받은 비율은 매우 낮다. 최근 4년간 피해구제 신청 531건 중 피해구제가 결정된 민원은 131건(24.7%)이었고 나머지 400건(75.3%)은 피해를 구제받지 못했거나 처리 중이다. 피해구제 결정내용은 ‘계약이행’ 73건(55.7%), ‘부당행위 시정’ 47건(35.9%), ‘환급’ 6건(4.6%), ‘배상’ 5건(3.8%)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가 결정되지 않은 400건 중 현재 처리 중인 30건을 제외한 나머지(370건)는 모두 보험사가 피해구제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다. ‘정보만 제공한 경우’가 277건(74.9%)으로 가장 많았고 ‘조정신청’은 59건(16.0%), ‘취하·중지’는 32건(8.6%), ‘처리불능’이 2건(0.5%) 순이었다.
앞서 보험사들은 2021년에도 심사기준을 강화하려 했지만 당시에는 금융감독원이 각 보험사들에 실손보험 인수심사 기준 근거를 제출하라고 제동을 걸면서 잠잠해진 바 있다.
양정숙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소비자들의 보험 피해를 단발성으로 관리하고 보험사들은 그 틈에 자기 배 불리기 이기주의를 하며 소비자 권익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피해 예방과 권익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보험사들을 감독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