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대 경영인의 ‘중꺾마’에서 혁신의 길 찾아야
상태바
[기자수첩]선대 경영인의 ‘중꺾마’에서 혁신의 길 찾아야
  • 최동훈 기자
  • 승인 2023.10.05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얼마 전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른바 ‘중꺾마’에 새삼 관심갖기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은 ‘그 사업에 들일 돈을 다른 활동에 투자하라’는 외부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10년, 20년이 지난 다음 우리가 옳았다는 사실을 분명 인정할 것”이라며 안내견 사업을 이어갔다.

30주년을 맞은 현재 우리 지역사회는 안내견 사업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이루려한 복지사회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안내견들은 현재 국회, 비행기를 비롯한 공공장소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장애인을 돕고, 국내외 지역사회는 삼성 복지사업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비난을 일일이 귀담아 듣기보다 대의를 좇은 이건희 회장의 뚝심으로 일군 성과다. 이건희 회장의 뚝심은 반도체, 전자 등 삼성 주력 사업에도 반영돼 한국을 산업 강국 반열에 올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선대 경영인의 중꺾마가 산업 발전으로 이어진 사례는 다른 그룹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외부의 조소에도 아랑곳없이 조선소를 짓고 제철소를 세워 한국 산업의 주축을 공고히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은 고심한 끝에 적자투성이 국영 항공사를 인수한 후 글로벌 유수 항공사인 대한항공으로 탈바꿈시켰다. 오늘날 국제적 위상을 떨치고 있는 ‘K-산업’의 근간에는 당대 경영인들의 도전 정신이 서려있는 셈이다.

최근 미중 패권갈등, 공급망 불확실성 등 변수의 부정적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K-산업의 혁신은 주춤한 모양새다. 객관적인 수치만 봐도 그렇다. 스위스 제네바에 근거지를 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지난달 말 발표한 올해 한국 세계혁신지수 순위는 10위로 지난해 6위보다 4계단이나 하락했다. 시장 성숙도(23위), 제도(32위) 측면에서 부진한 점을 볼 때, 민관 모두의 발전 노력이 절실하다.

네이버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X에 질문했더니 ‘무모한 도전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고 무모한 도전 정신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업과 정부는 최근 산업대전환, 초격차 확보 등 구호를 연신 외치며 K-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신뢰도 제고에 안간힘 쓰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체질 개선, 신기술 개발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과정이 담길 터다. 민관은 규제 개선, 기술 혁신에 더욱 과감히 도전할 필요가 있다. 선대 경영인들이 그랬듯 철두철미한 실행계획과 도전정신을 겸비한 채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