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치적 낙마" vs 野 "검증 부실"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로 인한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 사태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는 이 후보자를 야당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낙마시켰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점을 들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후보자 낙마의 이유가 비상장 주식 재산신고 누락 정도인데, 이걸 다른 상황과 비교했을 때 대법원장을 낙마시킬 사유였느냐"며 "재판 지연 문제, 코드인사 문제, 사법부의 정치화, 그로 인한 재판의 공정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임명동의안이 부결돼 그것이 다 가로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민주당"이라며 "그걸 법무부 책임, 지명권자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민주당은 중대 범죄 혐의를 받고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올인하면서 대법원장을 여전히 정치적 정쟁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 낙마 책임은 검증단을 가졌다는 법무부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는 사법부의 장기 부실을 초래할지 모르는 후보자를 지명해 사법부 신뢰 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을 막아선 것"이라며 "이걸 비난하면 민주주의 기본을 모르는 어불성설"이라고 부연했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은 "기본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는 분을 (대통령이) 지명해야 한다. 이 후보자처럼 굉장히 많은 문제가 있는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거론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결격 인사라는 점을 에둘러 비판했다. 권칠승 의원 역시 '대법원장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에 44%가 찬성한 KBS 여론조사를 언급하면서 대법원장 부재 사태의 원칙적 책임이 정부 여당에 있다고 피력했다.
여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법원장 공백으로 인해 국감에 대신 출석한 안철상 권한대행(선임 대법관)은 차기 대법원장 임명과 관련해 국회가 협조해 줄 것을 호소했다. 안 권한대행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사법부 운영 전반에 적지 않은 장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출마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대법원 판결' 관련 언급을 놓고도 대립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가 '이번 선거는 대법원의 판결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주장한 데 대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후보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판결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평가는 억제하고 삼가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