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선거부정 주장은 미래통합당 회귀하는 것" 사전 경고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7.15%p 차이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자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선거 직전 사전투표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던 여당은 "겸허히 성찰하겠다"면서도 강서구가 험지였고, 전국 기초단체 중 1곳에 불과했다며 애써 위안을 찾았다. 반면 야당은 이번 선거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며 여당에 민심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것을 당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강서구민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면서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번 보선은) 우리 당으로서는 험지로서 녹녹한 여건이 아니었다"면서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전 선거 결과들에 비춰 봤을때 강서구가 단순히 '험지'여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득표율 39.37%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강서구는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후보가 50.6%를 얻으며 48.1%를 받은 김승현 당시 민주당 후보를 2.5%p 차이로 누르고 승리한 곳이다. 함께 실시된 서울시장 선거에서 과반이 넘는 56.1%의 강서구민들은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게 투표하기도 했다. 송영길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무려 14.0%p 차이가 나는 42.1%에 불과했다. 또 강서구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46.5%를 받으며 48.7%를 받은 이재명 후보에게 아깝게 석패한 곳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가 전국 기초단체 중 1곳에 불과하다며 '정신 승리'를 하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선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결과를 견강부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패배를 딛고 다시 전진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선 결과를) 국민 전체의 민심이라고 여기고 그 뜻을 깊이 잘 헤어려 가겠다"면서 "국민 뜻에 부합하도록 경제와 민생 회복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부정선거론' 제기를 경계했다. 전날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국정원이 선관위 상대로 가상해킹 공격을 한 결과 개표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었다"며 "'해킹 가능성이 부정선거 가능성은 아니다'라는 선관위는 반성할 줄 모른다"고 사전투표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자 새로운 강서구를 바라는 국민 모두의 승리"라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좀 제대로 하라는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여당에 당부드린다. 민심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시절 황교안 전 대표는 대대적인 선거부정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이 선거부정을 언급한다면 이는 태극기 부대와 연대했던 어두운 미래통합당의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한민국 보수당의 선거 부정 주장은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한국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의 불행"이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