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대외 불확실성…경기부진 완화 제약 가능성"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와 고물가에 이어 고유가 상황까지 우리나라 경제를 덮치며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과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불확실성 고조를 우려하는 것과는 상반된 시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한 한국 동행 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 일색의 발언을 이어갔다.
추 경제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주요국 성장률 숫자를 보면 우리보다 잘나가는 국가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IMF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2.4%→2.2%)을 하향 조정한 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이를 적극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추 경제부총리는 “알 만한 국가들 대부분 1% 초반, 0%대 초반 성장률”이라며 “에너지 폭등, 중국 경제의 부진, 반도체 경기의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쳐 경기가 부진하지만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전망치보다 주요 선진국과 한국의 성장률을 비교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가령 일본이 지난해 1%에서 올해 2% 성장을 하면 20여 년 만에 한국이 역전을 당하는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일본(1.0%)은 한국(2.6%)보다 한참 낮은 성장을 했고 올해 조금 높은 성장(2.0%)을 했는데 내년에는 다시 성장률이 1.0%인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올해 방역 조치를 해제한 중국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2%로 올해(5.0%)보다 낮다. 세계경제 성장률도 올해 3.0%에서 내년 2.9%로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눈에 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이번 IMF의 한국 경제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이) 리바운드 크기 정도를 조금 낮춘 것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이례적으로 (올해 성장률 대비) 리바운드를 높게 본 것”이라며 “터널 끝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 문제 등 아직 불확실성이 있지만 반도체 업황이 회복에 진입하고 물가도 선진국이 5~6%인데 한국은 2~3%로 경제 회복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시각과는 대조적으로 국책 연구기관마저 경기 불확실성 고조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 개선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해 경기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KDI 경제동향(2023년 10월)'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도 상존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수출 감소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반도체 생산이 일부 회복되면서 제조업의 부진이 완화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KDI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 부진' 평가를 했다. 8월부터는 '경기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9월에는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수출 부진 완화'로 표현을 바꿨지만 이달 들어선 되돌렸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8월 전산업생산은 전월(-1.5%)의 감소에서 1.5%의 증가로 전환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73.4%)이 전월(70.0%)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제조업의 부진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전체 수출은 완화되는 모습이다. 9월 수출(-8.3%→-4.4%)은 반도체(-20.6%→-13.6%)의 감소폭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철강(-11.3%→6.8%), 자동차(28.7%→9.5%), 일반기계(7.7%→9.8%)가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무역수지 흑자(8억8000만달러→37억달러)는 확대됐다.
다만 기업 심리는 저조하다. 제조업 업황 전망(BSI)은 7월(69), 8월(71), 9월(67), 10월(69) 등으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비제조업 역시 7월(78), 8월(77), 9월(76), 10월(77) 등으로 부진하다.
상품 소비도 부진한 흐름이다. 8월 소매 판매(-1.7%→-4.8%)의 경우 고물가·고금리 등 영향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며 상품 소비는 부진한 모습이다. 9월 소비자물가는 변동성이 높은 석유류와 농산물을 중심으로 전월(3.4%)보다 높은 전년동월 대비 3.7% 상승률을 기록했다.
KDI는 "유가 급등으로 고물가 우려가 다시 확대되고 주요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심리가 기준을 하회하거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통화긴축 장기화 기대가 확산됨에 따라 국내 시장 금리도 상승하면서 경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