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美 겨냥 "일방적 제재·억압 반대"
러 외무장관 방북…군사협력 가속도 전망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는 등 한미일 군사 안보 협력 밀착에 맞선 북중러의 삼각 공조도 본격화되면서 동북아시아의 신냉전 기류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RIA) 통신과 타스통신, 중국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우호를 바탕으로 대미 견제를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나의 오랜 친구'라고 지칭한 뒤 "중국과 러시아가 긴밀하고 효과적인 전략적 협력을 유지해 양국 교역량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양국 간 정치적 상호 신뢰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양국 간 밀접하고 효과적인 전략적 협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양국 관계 발전을 공동으로 지도하고 일련의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내년은 중국과 러시아가 수교한 지 75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중러는 양국 국민의 근본적인 이익에 기초해 협력 시대를 책임 있게 구현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표현하며 "중국은 시 주석, 당신의 지도 속 성공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이 폭넓은 상호작용에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복잡한 국제 정세 속 중러는 외교 정책에 있어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포럼에서는 노골적으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시 주석은 "다른 사람의 발전을 위협으로 보고, 경제적 상호의존을 리스크로 보면 자신의 삶을 개선하거나 더 빨리 발전할 수 없다"며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지정학 게임, 집단 정치 대결을 하지 않고,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날 중러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미일 준동맹급 밀착에 맞선 북중러 군사·경제적 협력 공조 체제가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북러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렸고, 푸틴 대통령의 방북도 예상되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 신냉전 기류가 소용돌이칠 수밖에 없다.
당장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 후 곧바로 북한을 방문하는 점이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관련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요청을 수용한 만큼 평양 방문 시기와 일정 등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의 답방이 성사되면 북러 간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북중러 밀착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국방부 브리핑에서 중러 정상회담, 북러 간 무기거래 등 북중러의 군사 밀착 가능성에 대해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역내가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우리가 확실히 우려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 '무제한 협력' 선언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나쁜 일들을 비난하는 것을 무력화하는 것과 협력이 강화되는 것"이라며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등 거래 역시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