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닷새 간 '필리버스터' 맞서기로
11월 예산안 심사도 난항 불가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이번 주 마무리되면서 여야가 노란봉투법·방송3법 개정안 처리 등을 놓고 '2라운드' 공방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두 법안의 강행 처리를 시사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기로 하면서 모처럼 협치 분위기가 형성된 정국이 또다시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달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강행 처리를 사실상 확정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11월 9일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가 예정돼 있는 날"이라고 못 박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본회의 상정을 미뤄온 김진표 국회의장이 다음 본회의에 두 법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맞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국회의장 입장에서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렵고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정도의 인식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며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일단 만반의 준비를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 이라는 지적에 대해 "국회가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은 바뀐 현실에 맞게 노조의 정의 등을 바꾸는 것이고 방송법은 방송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제 그런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행 처리 의사를 분명히 했다.
법안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최대한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26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본회의 직회부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청구가 기각돼 본회의에 두 안건이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처리를 저지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로 국민의힘의 반발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중단을 위한 '종결 동의'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제출할 수 있으며,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다만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4개에 각각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법안마다 24시간 후 종결이 반복돼 필리버스터가 끝나는 데까지 닷새가 걸릴 수도 있다.
이미 국민의힘도 건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여당이 건건이 다 하겠다 해서 하는 수 없이 (필리버스터 종결까지) 5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경우 11월 초에 있을 내년 예산 심사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11월 6~9일 일정으로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예결위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예산 심사 자체도 산 넘어 산이다. 이재명 대표가 당무 복귀해 일성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예산안을 원점 재검토 수준에 맞춰 심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