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마 힘 되는 일" vs "다른 방법 많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진 험지 출마'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도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험지 출마에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떠밀리듯 수도권에 출마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수도권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가 현실이 된 만큼 수도권 출마 관련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에서 처음으로 서울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영남 3선 이상 의원들의 험지 출마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 의원은 지난 24일 채널A 라디오에서 "영남에서 3선 하면 올라오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수도권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 공천을 줘서 3선 하면, 수도권에서 다시 헌신해서 재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우리 당이 정말 수도권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상현·안철수 등 지역구 인사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위기론'이 제기된 이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하는 등 여당 내부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지난 10~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10.2%포인트(p) 급락했다. '인천·경기' 지지율도 4.7%p 떨어진 바 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은 하 의원과 같은 비슷한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도를 지역구로 둔 유의동 의원은 하 의원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하면서 "지금 전체 의석이 300석 아닌가. 그중 253개가 지역구 의석이다. 그런데 이 지역구 의석 253개 중 121개가 수도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반 의석을 꿈꾸는 집권 여당으로서는 이 전체 의석 절반에 해당되는 수도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하 의원 같은 분들이 수도권에 와서 출마해 준다는 것은 수도권 의원으로서 매우 힘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남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가 있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같은 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지역 기반이 없는 분이 수도권에 갑자기 와서 당선되거나 당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떠밀려 가듯이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바꾼다는 것은 그렇게 큰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윤 대변인은 당을 위한 희생 차원으로 봤을 때 수도권 출마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떠나 험지에 출마했던 국회의원 7명 모두 야당에 패배한 전례가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이중 이혜훈 의원(3선·서울 서초갑)은 동대문을, 이종구 의원(3선·서울 강남갑)은 경기 광주을로 옮겨 민주당의 장경태, 임종성 의원과 대결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중진들이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험지 출마가 총선 승리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험지 출마론'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인요한 혁신위'가 영남권 중진 등 당 주류 세력에 수도권 출마를 제안하는 등 쇄신안을 내놓을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혁신위는 26일까지 인선을 마무리하고, 당 최고위 의결을 거쳐 이번 주 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