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침묵 속 반발 기류···이재명 강조한 '통합' 물 건너가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이재명계(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비명계의 반발이 감지된다. 이 대표가 복귀 첫 일성으로 '체포동의안 가결파 무징계' 입장을 밝혔지만 계파 통합 노력이 벌써부터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발표된 민주당 지도부의 이 같은 인선에 적지 않은 비명계 인사들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말로는 '통합'을 외치지만, 그러한 의지가 인선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정현 최고위원은 녹색연합 등 환경시민단체 출신으로 친명 원외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달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 페이스북에 "자당의 대표를 검찰 정권에 밀어 넣은 자들을 더 이상 국민의 대표로 세울 수 없다"고 주장하며 확실한 친명 노선을 견지했다.
친명 일색 지도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을 최고위원에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비명계는 적잖이 실망한 모습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이번 인선을 "말뿐인 통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 비명계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은 인선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같이 밝히며 "박 최고위원의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에서 비명계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에 출마할 인물임을 꼬집은 것이다. 이 의원은 "박 최고위원을 앉힌 이유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도 저버리는 행위"라며 "이 대표의 이번 인사는 원칙도, 공정도, 통합도 없다. 말뿐인 통합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했다.
여러 비명계 의원은 이번 인선을 비명계 밀어내기'의 신호탄으로 여기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와 친명계의 당내 장악력이 강화된 점, 이 대표가 체포안 가결 사태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공언한 점 등으로 현재로선 공개 반발이 쉽지 않다는 게 당내 시선이다.
집단적·공개적으로 불만이 표출되고 있진 않으나, 이러한 비명계의 반발 기류는 복귀 첫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한 이 대표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박 최고위원의 '친명' 계파성을 부정하는 한편, 정책위의장 자리에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을 앉혀 비판을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비명계의 불만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할 시 공천 시즌에 갈등이 폭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 정당에서 공천 시기에 갈등이 전무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대표가 말한 통합은 공천 보장이 아닌 공적인 의사결정을 함께 하자는 얘기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 평론가는 "다만 이 대표가 공천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면 당 주류와 비명계 간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독립성 있는 '공천 기준'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