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금지發 연말랠리 기대감…증권가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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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금지發 연말랠리 기대감…증권가 '기대반 우려반'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11.06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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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반등 기간..."숏커버링으로 단기 수급엔 긍정"
2008년엔 오히려 20% 하락..."금지효과 오래 못갈것" 
코스피가 6일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가운데 전장보다 5% 넘게 급등해 2,500대로 올라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6일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가운데 전장보다 5% 넘게 급등해 2,500대로 올라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부가 ‘공매도 전면금지’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자마자 증시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2차전지·바이오·소비주 등이 주목받는 가운데 공매도 잔고가 쌓여 있던 종목 위주로 상승세가 나올 것이라는 증권업계 전망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5.66% 상승해 2500선을 상회하며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25일(5.88%)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코스닥도 2020년 3월24일(8.25%) 이후 가장 높은 7.34%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처럼 증시가 이례적인 회복세를 보인 건 전날 발표된 금융 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날부터 다음해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공매도가 금지되는 기간에 정부는 공매도 제도 개선,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 구축, 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조사 등에 나선다.

증권가도 모처럼의 ‘호재’에 잇따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된 보고서에서 “수급에 의한 자율적인 가격 조정이 점차 약해질 것”이라며 “정황상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개별 종목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특정 이슈로 인해 공매도 잔고가 많이 쌓였던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공매도로 인해 눌려 있던 주가가 짧은 시간에 반등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개별 종목으로는 호텔신라, 롯데관광개발, SKC 등을 꼽았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에 주목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공매도 금지의 부작용이 출현해도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종이나 개별 종목에서는 이번주부터 공매도 금지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증시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2023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기간인 2020년 3월 16일∼6월 12일 동안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 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공매도의 주요 주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지목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 공매도의 숏커버링 흔적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개인 투자자의 공세적인 주식 매수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 주식 시장의 반등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 증시는 원래 바닥에서 올라가는 상황인데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외국인이 숏포지션 줄이면서 동시에 숏커버링에 나서는 효과 때문에 주가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이 매수 우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의 국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한지영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외국계 롱숏 헤지펀드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시킬 것이라는 문제 제기는 가능하지만 환율 전망이나 코스피 이익 전망을 중시하며 투자하는 외국인 롱 온리 펀드, 자산 배분 펀드의 수급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로 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과거 사례를 보면 큰 영향이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에서 과거 세 차례의 공매도 금지 기간 전후의 지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공매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31일까지,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2011년 8월 10일부터 그해 11월 9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3월 13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 세 차례 금지된 바 있다.

강 연구원은 “코스피는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1개월, 3개월 뒤 각각 5%, 23% 반등했고 공매도 금지가 해제된 2021년 4월 말까지 78% 반등했다”며 “그러나 당시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시장 및 실물 경제 급락에 대응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던 시기여서 주가 반등을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지수가 공매도 금지 이후 1개월, 3개월 뒤 각각 20% 이상 추가 하락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는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공매도 금지 조치와 별개로 지난달 공매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 코스피200 공매도 거래량 비중은 11%에 달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컸다.

강 연구원은 “비슷하게 공매도가 많았던 2019년 5월이나 작년 10월 당시에도 시장은 (공매도 금지 조치와 무관하게) V자 반등보다 지그재그식의 등락 후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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