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게임체인저 등극…통신 3사, 기술력 확보·상용화 온힘
정부도 지원사격…국내 기업 글로벌 진출 뒷받침·각국 협력 강화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소프트웨어(SW)가 내년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 요소로 꼽히면서 네트워크 분야에선 개방형 무선접속망(오픈랜)이 본격적인 미래 먹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기술 인프라를 검증하는 등 상용화와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지난 3일 ‘ICT 산업전망 컨퍼런스’에서 내년도 10대 이슈 중 하나로 네트워크를 꼽았다. 임진국 IITP 단장은 산업 전 영역에서 가상화 등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네트워크 분야에선 통신장비 등 하드웨어(HW)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오픈랜으로 진화, 클라우드·SW로 중심축이 옮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면서 SW 역량이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으로 분석했다.
임 단장은 "오픈랜으로 장비 제조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폐쇄적 구조가 타파되고, 클라우드 SW와 우주·양자인터넷 분야의 성장과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랜은 무선 기지국에 필요한 각종 HW와 SW를 분리하고, 개방형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각각 다른 제조사가 만든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표준기술이다. 최근 해외 신규 통신 사업자들 중심으로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통신 분야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기존 환경에선 통신사가 특정 장비사 위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하지만, 오픈랜 기술을 도입하면 통신사의 주도권을 키울 수 있다. 장비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어 네트워크 관리 효율성을 늘릴 수 있고, 공급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망 구축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고객 수요에 맞게 맞춤형으로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거나 클라우드 기반의 AI 서비스를 네트워크에 적용하기에도 적합하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오픈랜 시장 규모는 2021년 12억달러에서 2026년 64억달러로 약 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리포터 링커는 시장 규모가 연평균 64.4% 성장, 오는 2028년까지 약 231억달러(약 29조8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오픈랜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각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분당 사옥에 국내 중소기업과 오픈랜 인빌딩(실내) 실증망을 구축하고 서비스 연동에 성공했다. 지난 6월 국제 오픈랜 표준화 기구 ‘오픈랜 얼라이언스(O-RAN Alliance)’의 오픈랜 실증 행사 ‘플러그페스트 Spring 2023’에 주관사로 참가,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의 멀티 벤더 연동에 성공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플랫폼 제조사들과 최근 국내 최초로 오픈랜 공용 플랫폼 시험 검증에 성공했다. 이 플랫폼은 가상화 기반 기지국 장비의 성능과 품질, 안정성 확보 및 다양한 제조사의 기지국 소프트웨어를 통합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정부 역시 오픈랜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통신 3사와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기업과 손잡고 민관협력기구인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ORIA)'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오픈랜 장비 국제인증체계(K-OTIC)를 구축하는 등 '오픈랜 활성화 정책 추진방안'을 통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판교에 구축된 오픈랜 성능 시험장(테스트베드)에 국제 제조사 장비를 도입해 국내 기업이 시험·실증할 수 있는 기회도 늘리고, 오픈랜 장비 상용화와 시장 진출도 지원할 방침이다. 글로벌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미국과 오픈랜을 비롯한 AI·6G·양자기술 등 미래기술 분야 연구개발(R&D) 협력 등을 약속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오픈랜 생태계 확장이 본격화되면서 5G·6G 시장 안착은 물론, 글로벌 시장 후발주자로 꼽히는 삼성전자 등 국내 통신장비 사업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전망이다. 오픈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종류에 대한 한계가 사라질 경우 틈새 공략을 통한 시장 진입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랜이 상용화되면 고객이 원하는 장비를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어 장비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재 협업 중인 제조사·사업자들과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상용망 검증 등을 지속해 신뢰성·안정성 등을 제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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