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 넘지 말아야…'통계 조작' 文정부가 더 심각"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여야가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을 놓고 강하게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도·감청이 '휴민트(HUMINT·내부인에 의한 정보 유출)'에 의해 일어났다면 대통령실 내 '간첩'이 있다는 것이라며 공세를 펼쳤고, 이에 정부·여당은 "선을 넘지 말라"고 격분했다.
7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회에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민주당은 지난 4월 미국 정부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등을 두고 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이 경찰에 도·감청이 '휴민트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을 낸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람에 의해서 (기밀이) 누설이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것이 간첩이다. 제가 봤을 때는 여기 앉아 계시는 분 중에 간첩이 있다"고 '휴민트' 발생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정부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실에서는 경찰에 자료를 제출하거나 대답을 한 게 없다"며 '휴민트'설을 부정한 이후 "여기 앉아 있는 사람 중 간첩이 있다고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대꾸했다.
여당도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가세하며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조작 의혹으로 대응했다. 국민의힘 운영위 간사인 김성원 의원은 "어느 정도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며 "대통령실을 상대로 간첩이 있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전주혜 의원도 "개인에 대해서도, 안보실 직원들에게도 그런 말씀은 큰 모욕"이라며 "(전 정부는) 무려 4년 5개월간 불리한 각종 통계를 94회 이상 조작한 건으로 지금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보다 전 정부에 더 큰 흠결이 있다고 맞선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제가 마치 대통령실을 폄훼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시는데, 경찰 수사 결과로 얘기하는 것"이라며 "음해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한편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지난 4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부의 기밀 유출 문서를 보도하면서 제기됐다. 당시 문건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어 미국의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시민단체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는 주한미국 대사와 주한미군 사령관 등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고, 경찰은 지난 8월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