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적 방안…선거 제도 무력화 방지"
"비례 의석은 제3·4당이 가져가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21대 국회가 개원 4년 차를 맞아 여러 현안 법안을 발의하고 개정·보완하는 큰 역할을 해왔지만, 반대로 잦은 정쟁과 파행으로 민생 입법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기대와 성원에 걸맞은 유능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국민은 늘 의심해 왔다.
이에 <매일일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22대 국회에서는 '민생 국회'·'정책 국회'가 돼야 한다는 바람으로 21대 여야 의원들의 입법 활동 내역을 검증하고,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법안들을 골라 짚어보는 연중 기획 '나도 일한다'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여야 간 선거제 개편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이른바 '꼼수 위성정당'을 만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선거제 개편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위성정당의 국고보조금을 절반으로 삭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위성정당 창당 시도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6일 지역구 다수당과 비례대표 다수당이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50%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위성정당방지법'(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원 선거 종료일 이후 2년 이내에 지역구 당선인의 수가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지역구 다수 정당'과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가 지역구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비례대표 다수 정당'이 합당할 경우 정당에 대한 국가보조금을 절반으로 삭감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거대 양당이 꼼수로 비례정당을 별도로 만든 뒤 선거 후 합당하는 방식으로 의석수를 부풀리려 전체 의석의 90% 이상을 차지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비례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을 각각 창당해 선거 후 합당했다.
같은 해 5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당 28억 1602만 원, 시민당 9억 8024만 1000원, 통합당 25억 2761만 6000원, 한국당 19억 3527만 8000원의 2분기 경상보조금을 지원했다. 1분기 경상보조금, 선거보조금까지 합하면 곧 사라지는 '일회용' 정당에 약 120억 원의 국고가 투입된 셈이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1년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에 따르면 민주당은 약 150억원, 국민의힘은 약 134억원을 인건비로 지출했다. 2021년 선거 이후 양당이 중앙선관위원회로부터 수령한 국고보조금은 민주당 약 210억, 국민의힘 약 185억이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거대 양당이 선거 후 위성정당과 합당할 경우 한 해 인건비로 지출하는 금액의 약 70%가 삭감된다. 정당 설립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것인 만큼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꼼수 합당을 하는 경우 분명한 불이익을 줘 위성정당 창당 시도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이 의원은 "실효적인 위성정당방지 방안 중 하나로 제안한다"며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 및 선거 후 합당'이라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초과 의석을 확보하고 선거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 총선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0년 9월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논의와 대안의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비례 위성정당은 정당 간 공정한 경쟁을 무력화하고 유권자의 정당 선택에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연동형 제도하에서 지역구 의석 점유율이 높은 거대정당은 비례 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이 군소정당에 비해 낮아 별도의 독립적인 위성정당을 설립하고 전략적 분할투표를 하도록 유도해 비례 의석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연동제에서 연동의 고리를 끊을 수 있으며, 결국 병립형과 차이가 없는 선거 결과가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 의원은 과거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에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채우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에서 그만큼의 의석을 채워주는 제도로, 지역구 의석 비율이 정당 득표율을 넘으면 비례 의석은 한 석도 못 가져갈 수도 있다. 반면 병립형은 각 정당이 지역구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전체 비례 의석수 47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가져가는 것으로 거대 양당에 유리한 제도다.
이 의원은 현행 연동형 제제에서 위성정당을 방지해 비례대표 의석을 거대 양당이 아닌 소수 정당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당제 기틀을 마련한 후 다양한 정당이 주요 사안별로 힘을 합치는 '연합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거대 양당이 253개를 지역구를 다 나눠 갖는데 골목상권인 비례대표 의석만큼은 제3·4·5당이 정당 득표율대로 가져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다양한 세력들이 국회에 들어와 자기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국민께 호소하고 서로 겹치는 사안별로는 연합할 수 있다. '연합정치'가 정치개혁의 궁극적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