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허희영 총장 "대한항공-아시아나 M&A, 큰 고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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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허희영 총장 "대한항공-아시아나 M&A, 큰 고비 넘겼다"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11.09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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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대형 항공사 통합, '규모의 경제'로 좌석 단가 인하"
"한국항공대, MRO 역량 강화해 글로벌 인재 양성 박차"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이 본지와의 인터뷰 중 답변하는 모습. 사진=매일일보 산업부 박규빈 기자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사진=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 안건이 통과된 만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에 대해 승인을 내준다면 미국과 일본에서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

지난 7일, 한국항공대학교에 방문해 허희영 총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허 총장은 국내 항공업계 최대 현안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허 총장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본부 매각에 동의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로, 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며 "회생 불가능이 점쳐졌던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경쟁과 합병을 통해 브리티시 에어웨이즈(영국항공)·루프트한자·에어프랑스·KLM 등 국가별 대표 항공사가 하나씩 자리잡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인구 1억명 이하인 우리나라 역시 '1국 1사' 시장 구도를 채택한 유럽의 모델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의 회사가 됨에도 차 떼고 포 떼는 꼴로 귀결돼 온전히 2개 회사의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 같은 논리에 허 총장은 "항공업이 네트워크 산업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점에서 오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그는 "가령 인천에서 A 지점으로 가는 두 항공사가 주당 각각 12회, 6회를 띄우면 더 많은 운항편을 띄우는 쪽으로 수요가 몰리기 마련"이라며 "이렇게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좌석 공급 단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재 항공기 155대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글로벌 20위권 항공사이나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234대로 10위권으로 올라선다. 이는 곧 항공사의 덩치가 커지는 것으로 공급 가능한 좌석 수도 늘어남을 의미한다.

허 총장은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의 초거대 항공사들은 900대 가량 되는 보유기를 언제든지 띄울 수 있어 운항 빈도수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수송력을 제고해 항공권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한항공의 티켓값이 지금도 비싼데, 아시아나항공과 합치면 독점과 함께 더욱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외항사와 경쟁하는 만큼 기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항공 주무부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의 역할에 관해서는 안전 등 기술 규제 강화와 항공 전문 공무원 양성 등으로 국제 무대에서의 외교력 제고를 주문했다.

국내 항공사의 수는 고속버스 회사만큼이나 많다는 지적이 따르곤 한다. 이에 허 총장은 "적정 저비용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수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국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활발한 M&A를 통해 줄어듦으로써 과점 시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허 총장은 항공업계와도 항공기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인력 양성에 관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개교 당시부터 정비 분야를 다뤄왔으나 항공·우주 분야에 치중해 직업 교육에는 다소 소홀했다는 평가가 있어서다.

그는 "항공기는 40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는 기계인데, 오래될 수록 운영보다 MRO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항공전자와 같은 하이 테크 분야를 겨냥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자 항공업계와 정비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기로 했다"고 했다.

아울러 허 총장은 내년 3월 입학생을 모집하고자 4년제 학부 과정에 MRO 트랙을 신설했고, 대한항공 정비본부의 팀장급 은퇴 인력을 채용해 미국 연방 항공청(FAA)이 요구하는 수준의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등 관련 역량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 소재 정비 운항 학원 'USAA'는 FAA의 교육 과정 인증을 받았다. 이곳은 아시아 인력 수급 목적으로 FAA에 한국에서는 한국항공대와 협력하겠다는 방안을 제출했고, 승인 대기 중이다.

대학의 경영자로서 허 총장은 "대학교가 단순 교육 기관으로만 남아선 안 된다"며 "특히나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우리 한국항공대는 산업계와 연계가 필수적이어서 대한항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기업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한 상태"라고 전했다.

우주항공청 법안 통과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 총장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구성하면 정책의 연속성도, 일관성도 없을 것이 분명해 전문 상설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임기를 시작한 2년차인 허 총장 체제의 한국항공대는 최근 교육부 혁신 평가에서 서울 시내 대학을 포함, 수도권 A 등급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허 총장은 "우리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와 경쟁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면서도 "한국항공대를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종합 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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