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여야 모두에서 '지도부·다선 의원 험지 출마론'이 대두된 가운데, 국민 과반이 이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그 결과 험지 출마 대상자가 된 중진 의원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지나친 '물갈이'가 국회의 정치적 역량을 저하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양당 중진들은 각각 당 혁신위원회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로부터 험지 출마를 요구받고 있다. 대중 인지도가 높은 당내 인사들이 희생함으로써 당 이미지를 쇄신하고, 내년 총선에서 상대 당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중진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주호영 의원(국민의힘·4선)처럼 "정치를 시작한 곳에서 정치를 마치겠다"며 반발하는 이들도 있고, 박병석 의원(민주당·6선)처럼 "빈자리를 시대적 소명에 투철한 새 사람이 이어주기를 바란다"고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인물들도 있다. 현재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양당 주요 인물들은 박병석·정진석·우상호 등이 있다.
국민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험지 출마론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전날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당 지도부·중진·윤석열 대통령 측근 의원들에 대해 불출마 내지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56.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20.1%, '잘 모름'은 23.0%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다선 의원들에 대해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찬성'은 54.1%, '반대'는 26.1%였다. '잘 모름'은 19.8%다.
이에 대해 험지론이 더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 기득권의 타파 역시 중요한 문제지만, 정치적 역량을 쌓은 중진들이 험지에서 '소진'된다면 이후 국회에서 갈등을 중재하거나 리더십을 보일 인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은 민주당 중진의 험지 출마에, 진보층은 국민의힘 중진 험지 출마에 더 높은 찬성율을 보였다"면서 "험지 출마 요구가 혁신의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미운 놈 치우자'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21대 국회에서 초선의원은 전체 의원중 과반을 넘긴 156명이었다"며 "총선 때마다 쇄신론이 제기되며 우리나라의 물갈이율은 전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매번 '최악의 국회'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인위적 인물 교체가 이어지며 오히려 정치 성숙도가 성장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진 험지 출마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11~12일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 6.5%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