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이재명 대표 사퇴 압박…"당 도덕성 역대 최악"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비이재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16일 공식 출범하며 민주당의 '정풍 운동'을 선언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당내 도덕성과 민주주의 회복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이재명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이 '12월 탈당'까지 시사하고 비명계가 세 결집에 나서며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당 계파 간 내홍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 등 비명계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비명계 정치결사체인 '원칙과 상식'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들은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무너진 원칙을 되살리고, 국민이 요구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칙과 상식'은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지향한다"며 "당내 패권주의 대신 정당 민주주의를,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대신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팬덤 정치 대신 당심과 민심의 조화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선 강한 야당이 돼야 한다며 당의 변화와 결단을 촉구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도덕성·민주주의·비전 정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들은 "권력과 싸우는 야당은 무엇보다 먼저 엄격한 도덕성 위에 서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의 도덕성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다. 대표 개인의 사법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 정당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당도 강성 지지층의 당도 아니다. 친명 일색의 지도부, 강성 지지층, 외부의 유튜브 언론 등이 지배하는 획일적, 전체주의적 목소리로는 국민의 민주당으로 갈 수 없다"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는 "단지 싸워서 이기는 '전투 정치'가 아니라 민생과 미래를 살리는 '비전 정치'로 가야 한다"며 "과거를 놓고 싸우지 말고 미래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향후 자신들의 의견에 공감하는 당 안팎의 인사들을 모아 공동행동에 나설 뜻도 밝혔다. 윤영찬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당내 소위 비이재명계끼리 논의해 왔는데, 이제 범위를 넓혀 당내 청년, 고문단 포함해서 많은 분들,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과 이런 고민을 하고 실천에 옮기려 한다"고 했다.
비명계가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정풍운동'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점은 사실상 이 대표의 자진 사퇴 결단과 내년 총선에서의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정치권의 '정풍'은 당내 비주류 소장파가 주도하는 획기적인 당 개혁을 의미하지만, 핵심은 당 주류의 인적 청산이다.
당 지도부는 비이재명계가 집단 행동을 예고하면서 연말 집단 탈당 가능성에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자칫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의 국민의당 분당 사태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문재인 대표 시절 친문재인계와의 갈등을 반복하던 비문재인계가 집단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바 있다.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 의석의 상당수를 국민의당에 빼앗겼고, 국민의당은 38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3당으로 올라섰다.
친명계 김두관 의원이 이날 SBS 라디오에서 "(비명계가 탈당한다면) 나간 자리에 소위 '친명 친위대'가 포진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총선에서 폭망한다"고 우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명계도 아직까지는 집단 탈당이나 신당 창당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지만, 12월을 당 변화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가능성은 열어 뒀다. 김종민 의원은 "본격적인 선거 운동 체제로 돌입하기 전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민주당에게 주어져 있다"며 "한 달동안 변화를 위해서 결단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는 그때 가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오는 22일 4선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을 시작으로 당 소속 의원들과 잇달아 식사 자리를 갖는 배경 역시 이러한 비명계의 집단 탈당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