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거부권 행사 '딜레마'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 내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처리를 추진하면서 연말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김포 서울 편입'과 '공매도 금지' 등 이슈 선점에서 밀린 국면을 쌍특검으로 전환하고, 내년 총선의 '정권 심판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지난 4월 쌍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특검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숙려 기간 180일을 거쳐 지난달 24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후 60일 동안 본회의 숙려 기간을 거쳐 다음 달 22일 이후에는 자동 상정된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가 지난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법조 브로커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김만배씨가 청탁의 대가로 50억원을 약속했던 유력 법조인들에 대한 의혹을 겨냥하고 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으로 현 여권 인사들이 상당수 연루됐다.
민주당은 다음 달 22일까지 기다릴 것 없이 정기국회 내(12월 9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의혹을 밝히고,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등 법조계 고위 인사들의 거액 뇌물 사건을 규명하는 것은 사회정의와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있어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도 스스로 털고 가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 국회의 신속처리안건 지정과 심사 기한의 충족에 따른 본회의 부의 등 법안 통과를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며 "국회의장께서는 법안을 조속히 상정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진표 의장이 여야 간 견해차가 큰 법안이 있을 경우 양측의 합의를 강조해 온 바 있어 당장 안건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처리가 불발될 경우 11월 30일, 12월 1일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여론도 민주당에 불리하지 않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김건희 특검'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물은 결과 '공감'이 63.9%, '비공감'이 33.9%로 나타났다(지난 4~6일, 전국 성인 유권자 2000명, 응답률 2.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쌍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총선에서 가족과 검찰 출신 인사가 연루된 비리 의혹 규명을 방해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토막 난다고 본다"며 "행사하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이 특검법을 이행하기 위해 여러 역할을 해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방탄이든 불공정 논란이든 논란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상당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특검을 받아들이면 내년 총선의 여론을 완전히 빨아들일 테고, 대통령이 울며 겨자 먹기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기 쉽지 않게 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