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이복현, 이자 감면 등 압박 수위 높여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지주들이 금리 인하, 이자 감면, 저금리 대환·정책대출 등의 형태로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 상생금융 규모가 2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당국 수장들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하며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막대한 은행이익이 단지 금리 상승 등 외부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따가운 시선이 있다"고 말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산업의 근간을 흔들 만큼 파격적인 '횡재세' 입법 논의까지 거론될 정도로 여론이 나빠진 상황"이라며 금융권을 비판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 등 국내 8대 금융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국과 금융권 모두 '국민이 공감·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주요 금융그룹은 조 단위 지원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주요 금융그룹의 지원책에 대한 질문에 "횡재세 관련 법안들이 있는데, 국회에서 원하는 수준을 감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변해 사실상 2조원에 육박하는 지원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난 이자 부담 등으로 우리 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1~3분기 국내 은행권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8.2% 증가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면서도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은행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종료된 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은행권이 직접적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청년 등 금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계층의 부담을 은행이 나눠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원칙까지는 합의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 역시 횡재세를 언급하며 국회에서 횡재세가 논의된 배경에는 극도로 나빠진 금융권에 대한 여론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8대 금융지주와 이들이 속한 은행연합회는 향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공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주부터 각 은행과 자회사가 논의를 시작해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 최종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상생 대책의 주요 방안으로는 △변동·고정금리 차 축소, △저금리 대환·정책대출 확대 △신용등급 하락 때 금리 상승 최소화 △이자 감면 및 이자 캐시백 확대 △금리 인하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