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및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강행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를 단독 소집하며 연말 국회 정국이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민생 법안들의 처리 역시 후순위로 밀렸고,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 기한 내 처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30일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은 본회의에서 "28일 검사 손준성 탄핵소추안, 검사 이정섭 탄핵소추안이 각각 발의됐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동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고 밝혔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1일 본회의에서 해당 탄핵안 단독 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회의장 사퇴 촉구 및 의회 폭거 규탄대회'를 열고 철야 연좌 농성에 돌입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만을 처리하고 단체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30일과 1일 본회의가 예산안 처리를 위한 목적으로 개최된 만큼 예산안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정쟁에 휩싸여 독주를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이양수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아둔 본회의 일정을 예산과 상관없는 탄핵소추안 처리를 위해 사용했다"며 "예산 처리 시한에 맞춰 본회의 일정을 잡고 예산 합의가 늦어지면 본회의 일정을 늦춰 잡아온 것이 국회 관행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민주당과 김 의장이) 75년간 이어온 국회 관행과 합의 정신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국회의장의 의회 정신 훼손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후 국회 본관 앞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가졌다. 또 국회에서 밤샘 연좌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12월 1일에 열기로 한 만큼, 다음 본회의 때까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밤샘 연좌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여야가 탄핵안을 두고 대치하면서 민생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의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전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법안 처리 없이 의사진행발언으로만 진행됐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 합의를 위한 일정 역시 진행되지 않으며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준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통과 이후 여야가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2014년과 2020년 단 두 번뿐이기에, 올해 역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늦장 국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설아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