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순방 등 '주목도 높이기' 행보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내년도 총선 출마가 가시화됐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한 장관이 육군 복무 중 가혹행위로 인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고(故) 조 모 상병의 유족을 손편지로 위로했다. 또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담은 국가배상법 개정을 약속했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형님 같은 분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국가배상법을 냈고 반드시 통과되게 할 것"이라며 "누구도 이걸(국가배상법) 반대할 수 없다. 한동훈 올림"이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조 상병의 유족에게 발송했다.
해당 편지는 조 상병의 가족이 한 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조 상병은 지난 1997년 선임병 8명에 대한 원망을 담은 유서를 작성하고 숨졌으나, 가해자로 지목된 병사들은 전원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며 군 당국은 해당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재수사 요구 기회를 박탈 당했고, 이후 육군은 수사 자료조차 폐기해버렸다.
조 상병은 사망 25년 만인 지난해 4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를 통해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위원회는 선임병들의 극심한 구타·가혹행위와 부대 간부들의 지휘·감독 소홀이 사망 원인이 됐다고 인정했지만, 육군과 국방부는 유족의 국가배상 신청을 기각했다. 유족이 국가보훈처 등으로 순직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중 배상이 불가능하다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조항을 근거로 든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5월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을 열어 유족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끔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10월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개정안이 실제로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기존 법원에 계류 중인 조 상병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선 한 장관의 이 같은 손편지 공개가 정치권 데뷔를 앞두고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한 장관은 최근 법무부 행사 참여 등의 이유로 수원·광주·부산·제주·강릉 등 지방 순방을 이어가고 있고, 배우자 진은정 씨 역시 지난달 공개 석상에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고등학교 동창인 배우 이정재씨와의 저녁 식사 장면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한 장관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판, 험지 지역구행, 비례대표 출마 등 다양한 데뷔 시나리오가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한 장관의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들에 대한 인사 검증을 계속해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은 현재 법무부 장관을 '2기 개각' 리스트에 포함하기보다 연말·연초에 '원포인트'로 인선을 단행하려는 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 법적 공직자 사퇴 시한은 내년 1월 1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