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여야 대표가 나란히 당 내부로부터 비토를 받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와 이준석 전 대표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내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에게 퇴진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기현·이재명 대표는 각각 '메가시티'와 '횡재세'의 정책 승부수를 띄우며 '리더십 위기' 돌파에 나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을 두고 촉발된 '서울 메가시티' 이슈를 부산·광주의 '경남권·서남권 메가시티'로 확장시키는 등 연일 메가시티 어젠다 띄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구리를 방문하고 이어 7일에는 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김기현이 간다' 행사 등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도 전날 '서남권 메가시티 구축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2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가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횡재세(초과이익세) 도입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 14일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 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부담금 관리 기본법' 개정안에도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횡재세 법안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일정 기준 이상의 이자수익을 내면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담금을 징수하는 내용으로,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첫 여야 논의를 거친 상태다.
이 같은 김·이 대표의 '정책 드라이브'는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당내 반발이 일자, 어젠다 제시를 통한 총선 국면 전환을 꾀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 두 대표는 다른 이슈를 통해 현재 내부에서 요구하는 사퇴 요구 등 위기를 타개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현재 '지도부 험지 출마' 등을 요구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인 위원장은 지도부가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을 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까지 주장하며 김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인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교감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김 대표에게 압박이 되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인요한 혁신위의 성공을 바라실 것"이라며 사실상 인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신당 창당'을 시사하며 표심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이준석 전 대표도 김 대표의 시름을 깊게 한다.
이 대표 역시 당내외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지난 3일 탈당을 발표했고, 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도 '이달 중 결단'을 예고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시사했고, 현재는 무소속인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전날 "사법리스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의 메가시티 구상이나 이재명 대표의 횡재세 모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총선 전후 법 제정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적잖은 반대 여론이 예상되는 사안들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사실 별로 없다"면서 "정책을 띄운다고 체제가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