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사이버사령관 재직 당시 정치관련 행위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고 제기됏다.
이는 연 비서관이 사이버사령부에 정치관여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는 국방부의 조사결과 발표와 상반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전해철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모 전 사이버심리전단장에 대한 국방부 보통검찰부의 공소장에 따르면 연 비서관은 매일 아침 상황회의 시 이 전 단장으로부터 인터넷 사이트 및 SNS 상의 주요 이슈에 대한 검색결과를 보고받았으며 대응 여부 및 방향 등을 ‘결심’했다고 적시됐다.
공소장에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사이버사 소속 부대원이 작성한 글이 트위터 2867건, 블로그 183건 등이라고 적혔다. 연 비서관은 2011년 11월부터 19대 총선을 지나 18대 대선을 목전에 둔 2012년 10월까지 사이버사령관을 역임했다.
공소장을 통해 드러난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글 게시과정을 보면 이 전 단장은 사이버사령관의 결심을 받은 뒤 사안별로 3~4개씩 대응지침을 내려 구체적인 작전문구를 만들었고 소속 부대원들로 하여금 인터넷 사이트 및 SNS 등에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상에 정치글을 남기게 했다.
또 매일 아침 과업회의를 통해 웹툰, 동영상, 포스터, 홍보글 등의 제작방향이나 지침을 주고 부대원들은 웹툰 등을 만들어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등에 게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당시 사이버사사령관으로 재직 중이던 연 비서관이 국방·안보 관련 사안에만 한정된 사이버사의 작전범위를 넘어서 정치글 작성을 사실상 지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 당시 “전·현직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이 심리전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것과도 어긋난다.
나아가 당시 국방부는 “정치관여 행위를 예방하지 못하고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언급했지만 현재까지도 연 비서관과 후임인 옥도경 현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밝히지 않은 만큼 모든 책임을 이 전 단장에게 전가하고 사건을 덮었다는 축소수사 논란도 다시금 불거질 전망이다.
한편 공소장에는 언론보도를 통해 사이버사의 정치글 작성 의혹이 제기되자 이 전 단장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단장은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0월 북한·해외팀 요원 9명의 노트북 초기화한 데 이어 부대 내 직원들의 작전용 노트북 60대에 있는 하드디스크 데이터도 모두 삭제시켰다.
또 부내 데이터베이스 및 내부 전자결제 서버 4대와 이에 연동된 10TB(테라바이트) 크기의 하드디스크 6대의 자료를 삭제하고 KT에 요청해 사이버심리전단에서 사용 중인 IP주소까지 변경토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