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내년 상장사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한 애널리스트가 양심 고백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50.6%에는 웃지 못할 사연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데이터 집계 기관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를 모아 만든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올해 대비해 2024년 5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물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든 수치”라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내년 상장사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직선적 사고와 더불어 낙관적 편향이라는 암묵적 관행을 더한 결과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분석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이처럼 과도한 컨센서스가 형성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자신이 전 직장에서 주가 하락 보고서를 냈다가 곤욕을 치뤘던 사례를 소개했다. 강 연구원은 “(해당 투자자가) 아마도 필자의 의견에 대해 논리나 결론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며 당시 필자의 상관이 진땀을 흘리며 전화 응대를 마무리 지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늘날에는 이런 현상이 확연하게 줄었으나 오랜 시간 쌓여 온 업계의 관행을 무시하기도 쉽지만은 않다”며 “양질의 애널리스트 의견이 제시되려면 이를 수용하는 세상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하려면 금융위기 직후처럼 세계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재정·통화 양측에서 대규모 부양책을 실행하거나, 코로나19 사태 직후처럼 부양책과 더불어 대면 소비가 제로에서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증시는 바닥을 다지는 시점을 지나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재고 순환 사이클이 순환적인 저점에 위치한 만큼 내년 한국 주식시장이 상승은 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내년 상반기 동안은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수정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일정 시점까지는 주식시장이 바닥 다지기를 진행한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