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내년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여야 모두 내부 혼란이 극심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닥을 잡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가 사실상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는 등 이재명 대표 및 지도부와 갈등이 극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여당은 친윤(친윤석열) 색채를 뺀 비대위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야당의 경우 당이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비명(비이재명)계를 끌어안는 통합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표직에서 내려오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며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 전 대표의 사퇴는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여당은 김 대표 사퇴에 따라 당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당내 의견을 모아 최대한 빨리 지도체제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사퇴를 대체로 긍정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쫓기듯이 결단을 내린 부분은 아쉽다. 좀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결단 내려야 했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비대위 체제 구성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이 평론가는 "비대위를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아니면 제3의 인물 등 중립 지대에 있는 인물로 구성하면 국민들이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 평론가는 "'포스트 김기현'의 핵심 인물은 한동훈 장관과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다. 단 그들을 보완할 정무적인 감각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당 대표 사퇴로 혼란을 겪고 있다면 민주당은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최근 이 대표와 당에 대한 비판에 이어, 신당 창당 공식화 등으로 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SBS에 출연해 '신당 창당 진짜로 할 건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뒤 "이 방향은 확실하다"며 내년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피력했다. 현재 창당 진행 단계는 실무 작업을 진행하는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가 당의 단합과 소통을 강조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이 전 대표는 "사진 한 장 찍고 단합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면 의미 없다"며 사실상 거절한 상태다. 오는 20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영화 시사회를 계기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조우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간 상황에 따라 소득 없이 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의 회동 제안에 선을 그으며 신당 창당까지 공식화하는 배경에 대해 총선 관련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존재감 키우기'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 평론가는 "이낙연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답을 내놔야 하는 것"이라며 "답이 없는 상태에서 덕담만 나누다 끝나는 거면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의 제안을 받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사실상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반응이다. 다만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이 전 대표를 포함한 당내 비주류를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평론가는 "이 전 대표뿐만 아니라 이원욱·조응천 의원 등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며 "그래도 이 전 대표가 당내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인데, 이 전 대표를 빼고 총선에서 압승하기는 어렵다. 끝까지 대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염재인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