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원석 기자]오비맥주가 지난 5년간의 성장을 통해 3배의 몸값으로 AB인베브에 재인수 되면서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이 주목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맥주그룹인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는 최근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로부터 오비맥주를 58억 달러에 재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수가액은 5년 전 오비맥주를 AB인베브로부터 인수한 금액, 18만 달러에 3.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KKR과 AEP는 40억 달러라는 막대 한 매각차익을 올렸다.
5년간 3배의 몸값을 올린 것을 반증하듯 이 기간 오비맥주의 성장 속도는 남달랐다.
15년간 국내 맥주시장 1위를 지키고 있던 하이트진로를 끌어내린 오비맥주는 대표 브랜드 카스의 맥주시장 점유율 60%를 이상으로 성장시켰다. 또한 2009년 대비 매출액이 68%, 영업이익은 120%가 늘었다. 오비맥주가 만년 2위에서 부동의 1위로 올라 선 것이다.
오비맥주 성장의 비결은 장인수 사장의 뚝심있는 리더십과 위기에서 빛난 과감한 투자를 들 수 있다.
KKR·AEP는 장인수 사장에게 전권을 넘기고 철저히 성과만을 관리했다. 장 사장 역시 그 믿음에 부응해 재임 초반 부진을 딛고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인 ‘카스’를 맥주시장 1위 올려놨다.
장 사장은 2010년 오비맥주에 들어와 영업사원들이 월말이면 출고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제품을 도매상 창고에 쌓아두는 ‘밀어내기식 영업’에 매달렸다. 장 사장은 맥주는 채소와 같은 신선 식품이라는 철학으로 이러한 관행을 철폐했다.
월말 출고를 줄이고 월초 출고를 늘리는 장 사장의 ‘출고 직후 판매‘ 원칙은 재임 초반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이내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9년 35.2%였던 카스 점유율은 장 사장이 회사에 들어오고 급격하게 상승, 2011년에는 42%로 치솟았고 지난해 1분기엔 50.5%, 현재는 60% 이상으로 성장했다.
2012년 6월 고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여전히 ‘영업본부장’ 직함을 유지하고 영업맨으로 남아있다.
AB인베브는 이번 재인수 결정과 관련 “이번 인수 이후 회사를 1등으로 만든 경영진이 핵심 자산”이라며 “장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이와 더불어 오비맥주는 2009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아닌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시설 투자에만 2000억원을 쏟아 붓고 마케팅 비용도 30% 늘렸다. 이러한 투자는 위기속에서 기회를 만들어 냈고 5년간 돋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당시, 오비맥주를 인수하기 위해 KKR·AEP과 경쟁을 벌이던 상대는 롯데그룹이었다. 당시 업계는 오비맥주가 롯데에 인수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오비맥주의 기술력과 영업력이 롯데의 유통망과 자급력에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업계는 롯데에 오비맥주가 인수됐을 경우, 지금과 같은 맥주시장 판도 변화는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주주가 사소한 일까지 사장· 부사장에게 지시하는 우리 기업 관행에서 눈앞의 실적보다 미래를 준비하고, 그것에 대해 전문경영인을 믿고 기다려주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5년간 보여준 경영혁신을 통한 성장은 타 기업에 본보기가 됐다”며 “국내 업체들도 경영방식 변화를 통해 굳어져 있는 시장 판도를 흔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