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신당 창당' 움직임과 당내 비이재명(비명)계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요구 등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대응 없이 '민생 정책' 노선을 강조하며 '마이웨이'를 고수 중이다. 

이재명 대표는 18일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해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 대표는 시사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평소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영화가 개봉해 감개무량하다"며 "김 전 대통령께서 헤쳐오신 민주주의를 존경하는 김부겸 총리와 함께 잘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에서 이 대표가 김 전 총리 외에도 최근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일정 문제로 이 대표와 동일 시간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세 사람의 만남은 불발됐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최근 정의찬 민주당 당 대표 특보, 윤종군 전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무수석 등 전과 이력이 있는 자신의 측근들이 총선을 출마하며 당내에서 비판 받고 있는 상황에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또 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등이 '통합비대위'를 출범해야 한다며 이 대표에게 '선당후사'를 이유로 거취 정리를 요구했지만 응답하고 있지 않다.

대신 이 대표는 '민생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오전에는 정부의 최근 개각을 비판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총선 집착, 선거 올인에서 벗어나 민생 회복에 전념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오후에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하는 농성장에 방문하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연구개발(R&D) 예산 복구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인근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무대응 방침은 당내 지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굳이 이 대표 자신 역시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강득구·이소영 등 민주당 현역 의원 110여 명은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 중단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친이재명(친명)계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총리의 길은 민주당과 싸우는 신당 창당이 아닌 민주당을 살리는 정계 은퇴"라며 이 전 총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묵묵부답'에 대해 반대 세력과의 불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이 전 총리 등 반대 세력과의 소통에) 좀 나서야 한다"며 "야당에 대한 국민 기대를 감당할 수 있는 내용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 부분에 (이 대표가) 굉장히 소홀하다"고 직격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분열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총선 전망이 어둡다"며 "혁신과 통합은 당 지도부의 역할이고 이재명 대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운 놈 나가라'는 식으로 당이 나간다면, 그 종착지에는 혁신 없는 패배만이 남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이 전 총리와 원칙과상식 의원들을 당장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설아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