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줄다리기 끝 극적 합의…역대 최장 '지각 처리' 면해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656조6000억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 간 쟁점이 됐던 연구개발(R&D) 예산은 약 6200억원 순증됐고, 새만금 개발 지원 예산은 약 3000억원 편성됐다. 그간 여야가 예산안과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역대 최장 '지각 처리' 우려가 커졌으나, 막판 극적 합의로 제21대 국회는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4조2000억원을 감액하는 한편, 민생과 지역 균형 발전 예산 등에서 3조9000억원을 증액해 정부안보다 3000억원 감액된 656조6000억원 규모로 조정했다.
이 중 R&D 예산은 현장 연구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기초연구 계속 과제비 보강, 이공계 장학금 지원 확대 등을 위해 6217억원 순증했다. 새만금 관련 예산은 신항만, 신공항 등 건설 등에 3049억원을 편성한다.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예산도 57억원 편성했다.
앞서 여야는 예산안 증·감액을 두고 현격한 입장차를 보인 바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 지출 축소를 통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경제가 어려운 만큼 주요 항목에 대한 증액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요구했다.
특히 여야는 검찰·국가정보원 등 정부 특수활동비와 R&D, 지역화폐 예산, 새만금 등 항목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효율적인 예산 편성 등을 내세우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역화폐와 새만금 등에 대한 순증액은 수용 불가하다며 난색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 특활비 등을 대폭 축소해 국가 미래를 위한 예산인 R&D와 민생 예산 등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긴 신경전에 야당이 '단독안 처리' 카드를 내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민주당은 예산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자체 마련한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여당으로선 야당의 단독안 처리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서둘러 합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야당의 판정승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 끝에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기면서 여론이 악화한 점도 극적 합의를 이끈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여야 원내대표는 예산안 합의를 발표한 지난 20일 양당이 최선의 협상에 임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 합의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미 법정 시한을 넘긴 데다, 민생과 나라 경제를 감안하면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양당 간 양보와 타협을 통해 예산안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법정 시한을 많이 넘겨서 예산안이 지연된 것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며 "야당 입장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양당이 최선의 협상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안이 법정 시한까지 넘기면서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으나, 막판 극적 합의를 통해 '역대 최장 지각 처리' 오명은 벗을 수 있게 됐다.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일은 지난해 12월 2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