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현직 대표 '사법 리스크'…총선 앞 줄소환 예고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있지만 여야가 당 내부 혼란을 겪으며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당의 방향키를 맡겼지만 리더십에 아직 물음표가 달린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전·현직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6일 당 전국위원회를 열어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임명을 의결하고, 29일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기존 정치와 다른 문법으로 당을 쇄신하고 총선 승리의 중책을 맡았지만 한동훈 비대위 앞에 놓인 과제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가 유력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법안 처리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만으로도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어 사실상 특검법의 처리를 국민의힘이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특검법 통과 이후다. 한 전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 야당의 '선전선동'이라고 규정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6명이 김건희 특검법을 찬성하고 있어 거부권 요청이 오히려 국민의힘에 역풍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경제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의견은 67%에 달했다. 더욱이 중도층은 73%가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응답률 8.9%, 95% 신뢰 수준에 ±3.1%p, 그 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중도층과 수도권 민심을 겨냥한 한동훈 카드 효과가 김건희 특검 거부로 처음부터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동훈=윤석열 아바타'라는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30% 초중반대에 갇힌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당 지지율의 연동이 더욱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공천 과정도 한 전 장관에게 또 다른 리더십 시험대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주류 희생론'을 관철시키려 할 경우 중진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을 한 몸으로 보는 상황에서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전·현직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대형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지난 18일 전격 구속됐고, 돈봉투를 받은 의원 20여 명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가 이미 탈당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당 전당대회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도덕성이 받을 타격은 피해 가기 쉽지 않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며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김 전 부원장 재판에서 위증이 이뤄지는 과정에 이 대표 측근들이 관여한 정황을 추가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또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최근 경기도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 중이다.
문제는 총선이 임박해 법원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법리스크에 이은 '판결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현재 이 대표가 받는 재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성남FC 의혹 및 관련 위증교사 등이다. 공직선거법 재판과 대장동 등 의혹 재판은 장기간 심리가 불가피하지만, 위증교사 재판은 이르면 내년 4월 총선 전 1심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