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4·10 총선] 반복되는 '깜깜이' 선거…'정치 카르텔'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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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4·10 총선] 반복되는 '깜깜이' 선거…'정치 카르텔' 현주소
  • 염재인 기자
  • 승인 2024.01.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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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 이해관계 얽히며 선거제 협상 시도조차 못 해
거대 양당 지도부 '병립형'…민주당은 의견 합치 난망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선거제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올해도 '깜깜이 선거'가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거대 양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로 입장이 기울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부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서 여야 간 선거제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역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 기득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제22대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을 시작했다. 예비 후보자가 되면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선거사무 관계자를 선임해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여야가 선거제 관련 이견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한 탓에 애꿎은 예비 후보자들과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 예비 후보자들의 경우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선거 지역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유세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도 자신의 지역에 어떤 인물이 나오는지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총선의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해서는 선거구제부터 확정해야 한다. 한 선거구당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로 할지, 한 선거구당 복수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할지 등을 결정해야 선거구도 조정할 수 있다. 

이번 선거법 개정의 최대 쟁점은 비대대표제 개편이다. 21대 총선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성격을 일부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제'를 실시했다. 정당 득표율에 연동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30석으로 제한하고 연동률은 50%로 정했다.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는 뜻에서 '준연동형'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지도부 등을 포함해 지난 21대 총선 이전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가닥을 잡았다. 병립형 비례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를 각각 진행하는 과거 방식이다. 국민의힘 자체가 준연동형 도입에 격렬히 반대한 데다 정당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제도가 병립형이다. 

민주당도 지도부 차원에선 여당과 마찬가지로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명(비이재명)계 등을 중심으로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의견을 일치하지 못하고 있다. 

준연동형은 과거 병립형에 비해선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에 유리하다. 민주당 내 이낙연 전 총리 포함 비명계, 송영길 전 대표 및 조국 전 법무장관 등을 중심으로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신당 창당 논의가 구체화되는 주된 배경이기도 하다.

거대 양당 입장에선 병립형이 유리한 한편, 정의당 포함 소수정당과 신당 입장에선 연동형이 생존을 좌우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만큼 비례대표 선거제 개편은 각 정당의 정치적 이해가 크게 엇갈리는 문제다. 국회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정치 신인들은 어느 곳이 지역구가 될지 등을 모르는 상황과 달리, 현역 정치인들은 곳곳에 돌아다니면서 시민들을 만난다"며 "'깜깜이 선거'는 현역 정치인들의 '정치 카르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선거제별 장·단점.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제별 장·단점.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히 그는 특정 인사가 아닌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이 현역 정치인들을 책임감에서 자유롭게 한다는 분석이다. 박 평론가는 "여야를 모두 비판하더라도 국회를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죄의식 등이 없는 것"이라며 "특정 정치인 누가 문제 있다고 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여야 간 어느 쪽이 유리한가 따지는 등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 선거법 개정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자신들한테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 내리려다 보니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현역 정치인들은 워낙 프리미엄이 있다. 선거 운동도 상시적으로 계속 해왔고, 선거구 재획정 부분도 사전 정보를 갖고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정치 신인에 비해 유리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깜깜이 선거'가 선거 때마다 계속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 몫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이 평론가는 "선거법은 국민의 이해관계가 다양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논의가 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라며 "선거구 획정의 경우 지역 선거구가 재조정되는 해당 지역 유권자들이 혼선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선거제 관련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으로는 관련 기관의 독립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박 평론가는 "'깜깜이 선거'를 막을 방법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라며 "만약 선거구 획정이 안 될 경우 기존 선거구대로 유지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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