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현장 45% "전문 인력 못 구해"
전문가 "인력 채용 시, 인건비 지원 및 세금감면 혜택 줘야"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중소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의 유예 연장 논의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당면한 산업계에선 안전 담당자 조차 쉽사리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8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은 이달 27일로 19일 앞으로 다가왔다. 재계에서는 안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국회에선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7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역량 확충과 작업환경 안전 개선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노동계와 야권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1월 법을 적용받는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45%는 현재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57%도 사업주나 현장소장이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안전보건 담당자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28%에 불과했다.
특히 중처법 의무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 응답 기업의 41%가 "전문 인력이 없어서"라고 답할 만큼 업계 내에 안전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이유로 경영계는 2년간 추가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로 구성된 경제6단체는 지난 3일,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사업장 대다수는 만성적인 인력난과 재정난, 정보부족으로 인해 며칠 남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아직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법을 시행한다면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처벌이 집중되면서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보다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들도 안전관리자 채용 및 안전 관련 비용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의 이유로 안전관리자 인력 수요가 늘면서 안전관리자의 임금도 따라 올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경기 악화로 수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고임금의 전문 안전 인력을 채용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했다. 한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안전관리자의 책임이 과한 만큼 안전관리자 업무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업체 대다수는 기업 대표가 경영과 업무 전반을 담당하거나 책임지고 있어, 사고 발생으로 대표가 처벌을 받을 경우 폐업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2년 유예보다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중소기업들의 문제는 현재 안전 보건 체계를 구축할 인력이 없다는 점임을 감안해 정부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 채용 시 인건비를 지원하거나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 세금혜택을 주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후 정부 주도의 컨설팅을 통해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