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아직 통화 완화 기대 어려워” 과열 경계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기준금리 조기인하를 기대하는 투자자가 늘며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증권사 빚투 금액은 최근 5거래일만에 4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잔액은 8일 기준 17조9349억원으로 지난 2일(17조5371억원) 대비 약 4000억원 증가했다. 최근 6개월 내 최저점(2023년 11월 6일, 16조5767억원) 보다도 1조3582(8.19%)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목적으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으로 ‘빚투’를 의미한다. 이 잔액이 증가하면 증시 호황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투자자예탁금도 함께 늘었다. 8일 현재 투자자예탁금은 51조2226억원으로 대체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최근 6개월 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기준 잔액은 59조4949억원으로 최저치(2023년 11월 3일, 44조6820억원)보다 14조8129억원(33.15%)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이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 계좌에 이체해 놓은 돈으로 증시 대기자금이다.
빚투가 증가하는 까닭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인하 기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월에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0.9%로 제시했다. 한국도 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지난해 7월부터 사상 최대인 2.00%포인트로 유지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이 이동, 한국으로부터 자본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
증시가 대체로 6개월에서 1년 기간 동안 예상되는 상황을 선반영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빚투가 증가했다는 것은 금리인하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당장 1분기 내 금리 인하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을 리딩하는 재료는 조기 인하 기대감으로,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금리는 조정을 거칠 것으로, 1분기가 그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기대 충족을 위해서는 1월 미국 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적어도 시그널이 필요하다"며 "금통위는 FOMC를 앞두고 운신의 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조기 인하 기대 조정, 수출 반등, 예상 범위 내의 민간소비 등 국내 인하가 먼저 시행될 이유는 없다"며 "태영건설 PF가 부담이나, 아직 금융당국 및 채권자협의회의 결론 전인만큼 금통위가 나서서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제시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한다. 시장은 대체로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물가안정목표를 명확히 달성하기 전 피봇(정책전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