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적격 판단에 '숙원 해결' 가능성 점쳐져…업계 기대·우려 교차
정부 추진력으로 시장 과점 구조 개선 기대…재무건전성 우려 여전
B2B 중심 사업 로드맵에 고객 확장 가능성 의문…특혜 시비 우려도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정부의 숙원인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4이통에 도전장을 던진 3개 법인이 주파수 할당 적격심사를 통과하면서다. 다만 실질적인 재무건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가 후보들의 사업 구상이 기업간거래(B2B)에 맞춰져 정책 목표 달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9일 5세대(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할당을 신청한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등 3개 법인에 대해 '적격'으로 통보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최근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된 스테이지파이브가, 마이모바일은 미래모바일이 각각 주도하는 컨소시엄이다.
정부는 오는 25일 주파수 경매를 통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오름차순으로 전국망 경매를 하되 50라운드까지 진행하며,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밀봉입찰방식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전국 단위 기준 주파수 최저경쟁가격은 742억원이다. 최종 선정된 사업자는 주파수 할당 3년차까지 전국 6000대의 28㎓ 기지국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
당초 적격 판단 결과가 오는 18일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 데다가 3개 법인 모두 재무건전성 우려가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번에는 제4이통을 출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력을 발휘해 정책 목표대로 시장 경쟁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다만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통신 산업 특성상 안정적인 자금 조달력 확보 여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과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인데, 후보 세 곳 중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은 없기 때문.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적격 심사 기준에 재정·기술적 능력은 포함돼 있지 않아 재무건전성에 대한 실질적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지국 장비 구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3년간 최소 1000억원이 필요하고, 향후 사업을 확장한다면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텐데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2010년부터 8년 동안 제4이통에 도전했던 기업들이 적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던 이유는 정부 지원이 없어서가 아닌 재무건전성 여부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업성 확보 및 고객 범위 확장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28㎓의 경우 투자 부담 대비 소비자 수요가 낮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8㎓는 이론상 최고 속도가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20배 빠른 주파수다. 대신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져 기지국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속도, 안정성 및 체감 품질 면에서 B2B 특화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평가다.
3개 법인의 사업 전략이 대체로 B2B에 맞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28㎓ 주파수 대역 범위 내에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사업들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한 후 중·저대역 주파수를 추가 할당받아 전국단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4이통으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단기간에 통신 시장 과점 구조를 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제4이통 지원 방침이 자칫 특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이통시장이 현재 포화 상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4이통의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선 기존 사업자를 규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 제4이통의 시장 안착이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과도한 특혜를 줘서 과점 구조만 깨면 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건 착각"이라며 "28㎓ 활성화를 위한 막대한 투자와 마케팅 비용 지출 부담에 신규 사업자가 통신요금 경쟁력보다 비용 보전을 택한다면 결국 정책 목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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