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PF 부실 등 국내 경제상황 고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묶었다. 8회 연속 동결이다.
2021년 8월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통화 긴축 탓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고조된 대출 부실 위험, 2년 연속 경제 성장률 1%대(실질GDP 기준) 추락 등을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통화 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3%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실히 꺾였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일단 다시 금리를 묶고 물가·가계부채·미국 통화정책 등을 더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기준금리는 요지부동이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데다 확실히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 불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점 등 국내 경제 여건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전월(3.3%)보다는 소폭 둔화됐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대까지 내려왔다가 8월부터 다시 반등하면서 9월과 10월에 3% 후반대까지 오른 바 있다.
한은은 향후 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봤지만 유가 및 농산물가격 추이, 누적된 비용 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물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2023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1095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1000억원 늘었다. 전달(5조4000억원)보다 증가 규모는 축소됐지만 증가세를 이어갔다.
물가 안정 등에 초점을 두고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로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 있다.
한편 이번 동결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0%포인트(p)를 유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