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 및 특별감찰관 도입 등의 추진에 나선다.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실제 민심에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번주부터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를 본격 검토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검토하겠다"며 "전 정부 및 한국과 비슷한 체제를 가진 해외 국가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제2부속실 설치 추진을 시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논란이 일자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특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입장을 전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민의 65%가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집계된다.
또 정부·여당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도 추진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특별감찰관 제도는 이미 있는데 문재인 정권 내내 추천을 안 했던 것"이라며 "우리 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추천에 대해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서 보내온다면 우리는 지명할 수밖에 없다"며 수용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실의 입장에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제2부속실 설치·특별감찰관 임명은 특검 거부권 물타기용에 불과하다"며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우선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에 이해충돌·직권남용 여지가 있다며 국회가 재의결 절차에 돌입하기 전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야 공방이 연초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제2부속실 설치·특별감찰관 임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한 '맞쌍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특검 운운할 게 아니라 혐의가 드러나고 증거가 확보된 김혜경 여사 법인카드 유용 사건이나 김정숙 여사의 명품옷 구매 의혹 사건을 특검하겠다고 천명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고, 최근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김정숙 여사를 횡령 및 배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