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채용 인원 수를 대폭 줄여 청년 취업 문이 줄어들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한국전력 임직원은 744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규 채용은 이를 한참 하회하는 266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한전 임직원은 총 2만3050명으로 2022년 2만3630명 대비 580명 감소했다. 현원 변동에는 정원 증감에과 휴직·정직자 증감 현황까지 반영된다. 송·배전망 건설부터 운영까지 전력 인프라 담당 임직원 수는 2020년 이후 2만3000명대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한전 채용 규모 축소는 심각한 재무 위기를 의식한 결과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사무소 조정 등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상황 등을 고려해 퇴직으로 생긴 빈자리에 대한 채용이 일부 연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경영난의 여파는 지역 인재 등 청년 고용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5년 평균 700명 넘는 채용형 청년 인턴을 뽑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월부터 11월 사이 채용형 청년 인턴을 187명만 채용했다. 채용과 직접 연계되지 않은 체험형 인턴도 많을 때는 한 해 1700명 넘게 채용했지만 지난해에는 181명에 그쳤다.
이처럼 한전은 퇴직자들의 빈 자리를 적시에 채우지 못할 정도의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시절 탈원전과 생산 원가를 밑도는 낮은 가격에 전력을 판매한 탓에 한전은 2021∼2022년 영업손실 38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심각한 재무 압박을 받게 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 요금 인상을 허가했고,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을 되찾자 한전은 최근 겨우내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규모 빚더미에 앉아있어 하루 이자만 해도 130억원 수준이다. 한전이 올해부터 연간 4조∼5조원의 이익을 낸다 한들 전액 이자 지급에 써버리고 200조원대 부채는 좀처럼 줄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올해 557명을 새로이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전 측의 주장대로 추가 채용에 나서도 올해 연간 추가 퇴직 예정자는 470여명이어서 지난해 채용 감소분을 상쇄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