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경 대응 방침…"추가 조치 망설이지 않을 것"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쟁 대응으로 분주한 미국이 이번에는 '후티 반군 리스크'에 직면했다. 후티 반군은 예멘 일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파급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 등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 안보 위기 확장을 경계하면서도 후티 반군에 대한 강경 조치를 통해 분쟁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후티 반군에 대해 몇 차례의 추가적인 저강도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며 "오늘 발사 태세를 갖춘 예멘 반군의 탄도 미사일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이 이날 상선 공격 준비를 갖춘 후티 반군 측 미사일 4기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같은 조처는 홍해상에서 민간 선박 등을 향해 반복되는 후티 반군의 공격에 기인한다.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는 이란이 주도하는 반미 세력인 '저항의 축'에 포함돼 있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서 하마스 편에 서며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 도발을 이어오고 있다.
후티는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협력하는 모든 해운사는 공격의 목표물이 될 것"이라며 "가자지구가 필요한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한다면 국적을 불문하고 우리 무장 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알렸다.
최근 후티 반군은 그리스 소속 화물선을 미사일로 공격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격 배후를 자처하며 "우리 해군이 반복적으로 사격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선박이 응답을 거부했다. 이에 선박을 목표로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전쟁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신경 써야 하는 미국에게 후티 반군은 또 다른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후티의 도발로 인해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장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강경 조치를 통해 후티발(發) 리스크를 빠르게 제어하겠다는 입장이다.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이 계속되자 미국은 지난 11일 영국과 함께 호주, 바레인, 캐나다 등 동맹의 지원을 받아 후티 반군 본거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기도 했다.
커비 조정관은 후티 반군의 공격이 아직까지 선박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티에 대한) 공격이 상대의 공격 능력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미국은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하는 데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만약 그들(후티)이 잔악무도한 일을 이어간다면, 우리는 확실히 대응할 것"이라며 추가 도발 발생 시 보복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후티 반군을 대상으로 세 번의 공격을 감행했다.
한편 상선 보호 조치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동참도 있을 전망이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이 확인한 EU 측 계획안에 따르면, EU는 미국 등이 주도하는 홍해상 해군 작전에 다기능 구축함 또는 호위함 최소 3척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