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반발···"의장, 특정 정당 아닌 국회 대표"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은 25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 경호관들에게 제압 당한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강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 경호처의 조치가 '과잉 경호'라는 국회 차원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당 경호' 주장을 펼쳤던 여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 안건 처리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 기관이다. 대통령 경호원들의 이 같은 과도한 대응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는 국정 운영 파트너인데도 서로를 배타적으로 적대하는 정치 문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국회도 정부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고, 정부도 국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이 언급한 '과도한 대응'은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일어났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를 위해 현장을 찾았는데, 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국정 기조를 바꾸라"고 항의했다. 실랑이가 이어지자 대통령 경호원들은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몸을 들어 행사장 밖으로 쫓아냈다.
이에 진보당은 물론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은 이번 사태를 '국회의원 폭력 진압 사태'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강 의원의 행위가 '경호상 위해 행위'였다며 문제 없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김 의장은 사건 발생 당시 해외 순방 중이어서 곧바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야4당과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입장 표명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이날 유감을 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여당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한 손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경호처의 '정당한 경호'라고 주장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의원석에서 "뭐 하는 거야 지금", "의장이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자 김 의장은 "여야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본회의장에서는 피케팅이나 야유, 함성을 자제하기로 합의한 절제와 관용의 정신을 되살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품격 있는 정치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입장에 대해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회의장은 특정 정당이 아닌 국회의 대표다. 김 의장의 입장 표명은 유감"이라며 "(강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본분에 걸맞은 품격과 예의를 갖추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이라고 해서 일탈적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강 의원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