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권주자 영입 무산···고심 깊어질 듯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유승민 전 의원이 28일 "당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탈당 및 신당 합류설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유 전 의원 영입으로 세를 확장하려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계획이 암초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거취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이 알렸다. 유 전 의원은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면서 22대 총선에 불출마할 뜻도 전했다.
유 전 의원은 "24년 전, 처음으로 야당이 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며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이 당에 젊음을 바쳤고, 당이 옳은 길을 가길 항상 원했으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당은 특정인의 사당이 아니다. 정치가 공공선을 위해 존재하기를 바라는 민주공화국 시민들이 이 당의 진정한 주인"이라며 "(저는) 이 분들을 위한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인내해 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라며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해 온 유승민 전 의원이 언제든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 대표가 과거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만큼, 이 대표와 연대 가능성에 보다 무게가 실렸다. 유 전 의원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불화설을 '개싸움'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두고도 "당과 헤어질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세평도 나왔다.
개혁신당도 유 전 의원 영입 의사를 지속해서 밝혀왔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4일 TV조선 유튜브에 출연해 "(유 전 의원을) 모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개혁신당 입장에서도 유 전 의원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당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개 구애였다.
하지만 이날 유 전 의원의 발표로 이 대표의 러브콜이 일주일도 못 가 거절당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개혁신당은 최근 한국의희망과의 합당을 발표하는 등 지속적인 세력 확장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대권주자급 인사의 부재는 약점으로 꼽혀왔다.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대권주자급 인물이 필수적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이에 이 대표가 유 전 의원 영입을 통해 '약점 보완'에 나섰으나, 무산되면서 향후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유 전 의원이 당 잔류를 선언한 것은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이 총선 결과에 따라 당 재정비에 앞장설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