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군사 분쟁 원치 않아" 이란 "우리 명령 아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친(親)이란 무장세력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보복 의사를 천명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은 이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혼돈 상태인데, 미국의 '초강력 대응'에 이란이 반응할 경우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미국과 이란 모두 이를 경계하고 있어 확전까진 이어지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 지역에서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지속적이고 강력한 보복 방침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날 요르단의 미군 기지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한 것에 대해 "우리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응징할 것"이라며 "(실행에) 앞서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우리는 대응할 것이며 그 대응은 여러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지속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런 보복 방침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이미 대혼돈에 빠져있는 중동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주도한 무장단체로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지목했는데, 이들은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이 터지자 이란이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이라크에서 조직한 무장 조직이다. 미국은 2009년 이 단체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미국은 자국군 사망자가 발생한 이상 적대세력에 대한 매우 강력한 보복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이란이 반발한다면 중동 정세가 최악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중동은 현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휘발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최소한 1973년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며, 심지어 그 이전과 비교해도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은 이스라엘 전쟁과 무관하다"며 "그럼에도 이란과 연계 세력이 이번을 포함한 미군에 대한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경고장에도 친이란 무장 단체들이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은 확전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하라카트 알누자바는 요르단 미군 주둔지 공격이 발생한 이튿날인 28일 성명에서 미군이 즉각 떠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미국이 이란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고 있고, 이란도 사태의 배후를 자처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응징을 예고하면서도 "우리는 이란 정권과 군사적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세르 카니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역내 저항세력은 자신들의 결정과 행동에 있어서 이란의 명령을 받지 않는다"며 "이란은 이 지역에서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