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준연동형 기로…지도부 책임 회피 비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그간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당론을 정하지 못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제 결정을 위해 전당원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병립형 비례제 회귀 의견이 당내 다수인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투표 시 병립형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도부가 선거제 결정에 대한 후폭풍을 우려해 당원 투표를 활용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제를 결론 내리기 위해 전당원 투표를 결정하고, 이를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번주 안으로 당론을 모으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당원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원 투표 결정은 비례제와 관련해 병립형 비례제 회귀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등을 놓고 내부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당원들의 뜻을 물어 결론 내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초 당 지도부는 비례제도 선거제를 놓고 병립형 비례제 회귀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사이에서 고심해왔다.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면 '기득권 정치' 비판이, 준연동형 유지로 가닥을 잡는다면 위성정당 난립 우려 등이 제기되는 만큼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수정 대안인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지도부는 총선 등 현실적인 측면에서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둔 반면, 당내에서는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제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선택이 더욱 어려워졌다.
실제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은 최대 의석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다. 자선사업이 아니다"며 준연동형 비례제 목소리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의원 80명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통해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라며 연동형 선거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이날 참여한 의원 수는 민주당 164명 중 절반가량이다.
현재 민주당 안에서는 병립형 회귀 의견이 준연동형 유지 주장보다 우위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전당원 투표를 진행한다면 사실상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이 경우 군소정당들은 의석수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거대 양당 구조를 공고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병립형 회귀 시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공약을 저버렸다는 목소리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것과 달리, 최근에는 당 의견 수렴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다만 비례대표 선거제를 당원 투표에 부치는 것은 결과에 상관없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전당원 투표를 통해 병립형 회귀 명분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이라는 민감한 결정을 당심에 미루면서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위성정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당명을 '국민의미래'라고 정했다.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압박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