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등 관련 배상기준안도 마련 예정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민원이 3000건에 육박, 금융감독원에 주요 판매사에 대한 추가 현장 검사를 진행한다. 금감원은 다음 달 ELS 주요 불완전 판매 유형 등이 담긴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에 따른 배상 기준안도 마련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및 민원 신청 건수는 3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만기 도래 및 손실 확정이 본격화하면서 민원 신청 건수도 폭증하고 있는 것.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같은 해 연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200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원금 반토막' 수준의 손실률이 이어지고 있어 지난달 수천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데 이어 연내 손실액이 6조∼7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민원이 봇물침에 따라 금감원은 당초 지난 2일까지 예정됐던 주요 판매사에 대한 추가 현장 검사를 진행한다. 워낙 판매 규모와 손실액이 큰 데다가 민원·분쟁 건수까지 급증하면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검사 결과를 설 연휴 전후로 정리한 뒤 2차 현장 검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등 판매 규모가 큰 일부 회사로 추가 검사 대상은 한정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차 조사에서 파악된 걸 먼저 정리한 뒤 추가로 더 봐야 할 부분을 정할 계획”이라며 “제일 많이 판 쪽이 이슈가 더 많을 것이고 확인해야 할 것도 더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달 불완전판매 주요 유형과 비중, 판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담은 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그에 따른 배상 기준안도 마련 중이다. 고령층 등에 알기 쉽게 상품 설명이 됐는지, 투자자가 과거 고난도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지, 가입 채널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유형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등 사모펀드 사태 당시에도 손해액의 40~80%를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도록 하는 배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에 따른 기본 배상 비율을 정한 뒤 투자자의 자기 책임 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 비율을 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ELS 배상 기준안 마련은 DLF 때보다 더 난도가 높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DLF는 독일 국채 10년물 채권의 만기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두는 펀드로 ELS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인 데다가, 과거에 많이 팔렸던 상품도 아니었던 터라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DLF 때는 '설명 의무 위반'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었지만 ELS 투자자에 대해서는 일괄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대표 유형 및 그에 따른 배상 기준안이 발표되면 판매사들은 해당 기준에 따라 자율 조정에 나서게 된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은 강제성을 띠는 형식은 아니기 때문에, 금융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와 금융회사 간 소송전으로 번지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보고 판매 채널 제한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풋옵션 매도와 같은 파생상품 구조화 상품의 은행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검사 결과를 본 뒤 필요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단. 금융소비자들의 상품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창구를 전면 중단하기보다는 일부 지점 등으로 한정하거나 파생상품 한도 축소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8일부터 주요 판매사인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은행 5곳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키움·신한투자 등 증권사 7곳을 대상으로 한 현장검사를 벌여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