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포용성 위한 국제사회 노력 요구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주말 사이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정치 극단화 및 경제 상황 악화에 대해 개선 방안을 요구하는 시위들이 잇따른 가운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독일에서는 2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규탄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베를린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는 경찰 추산 15만명이 모였고, 프라이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 크레이펠트 등에서도 수만명의 시민들이 결집했다.
이는 최근 AfD 소속 정치인 다수가 이주민 수백만 명 추방 계획을 논의하는 비밀모임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AfD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이민자에 대한 개방 정책을 비판하며 '반 유럽연합(EU)·반 이민' 기조를 통해 세를 끌어 모은 정당이다. 인플레이션 등 경기 악화 지속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역대 최고 지지율을 경신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극우 세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강해짐에 따라, 지난달부터 독일 전역에서는 AfD에 반대하는 시위가 지속해 열리고 있다. 이에 대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강력한 신호'를 보였다"고 말하는 등 고위 정치인들의 지지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농민들의 시위도 이어졌다. 농민 수백명은 이날 프랑크푸르트 공항 주변에 트랙터 400여대를 집결시키고 농업용 경유 면세 유지 등 생존 방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는 최근 유럽 내에서 환경 규제책 등이 강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등의 대규모 수입 등으로 인해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달 18일부터 시위가 열리며 농민들의 집단행동이 가장 먼저 나왔던 프랑스에서는 지난 1일 정부가 추가 재정 지원 등을 발표하며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의 시위가 진정되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 이날 이탈리아에서는 농민들이 로마 집결을 위해 로마에서 북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오르테에 트랙터 150대를 배치했다. 이들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EU의 농업 정책을 성토했다.
그리스 농민 2000여명도 유류 특별소비세 및 농어촌 전기료 할인 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테살로니키에서 농업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또 영국 런던과 에든버러 등에선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민 학살 중단 및 인질 석방 등을 요구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시위들이 오히려 반대 집단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 규탄 시위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달 26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보도에 따르면 AfD의 당원 가입은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오히려 증가해 신규 채용 인력을 뽑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극단주의에 맞서 다양성 및 포용성을 지키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