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롯데손보, DB형서 '쓴맛'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퇴직연금 사업자 시장 내에서 보험업권의 점유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퇴직연금 자금이 보험업권에서 증권과 은행업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사업자별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운용관리적립금(DB형·DC형·IRP) 기준 보험사의 점유율은 24.7%로 전년동기 대비 1.6%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은 52.4% 0.9%P 올랐으며, 증권도 22.9%로 0.7%P 상승했다.
적립금 규모로는 지난해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은행‧증권‧보험 모두 늘며 전년보다 46조3117억원(14.0%) 성장했지만 이중에서도 보험사의 증가가 가장 작았다.
은행은 지난 2022년 170조8255억원에서 지난해 198조481억원으로 27조2226억원(15.9%) 증가했다. 증권은 86조7397억원으로 12조8930억원(17.5%) 늘었다. 보험사의 적립금은 6조1961억원(7.1%)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보험업 위탁 적립금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다른 제도에 비해 성장 속도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라 DC·IRP 제도 중심으로 적립금이 불어나고 있지만 이전부터 우려됐던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현실화된 것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사전에 운용 방법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한 제도다.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시장에서 보험사만 유일하게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사의 운용관리적립금 감소는 가장 규모가 큰 DB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DB형의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가 운영과 상품제공까지 하는 ‘번들형’을 통해 일련의 모든 수익을 거둘 수 있어 보험사가 주력으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DB형에서 전년보다 4154억원(8.7%) 감소했다. DC형과 IRP에선 각각 2151억원(18.5%), 472억원(17.8%)씩 늘었지만 DB형의 감소는 이를 상쇄하지 못했다.
롯데손보 역시 DB형 적립금이 5572억원(25.6%)으로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DC형은 225억원(12.2%) 증가했지만 IRP는 36억원(7.2%) 감소했다. 4개년 연속 감소세를 보인 곳은 퇴직연금 사업자 16개 보험사 중 롯데손보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